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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미 Mar 21. 2022

‘사랑받는’ 대통령을 기다리며

: 무엇인가를 보여주려는 대통령이 아니라, 무언가가 보이는 대통령

『사랑받는 대통령』(2020)

모니카 페트 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김경연 옮김(풀빛)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선거 때마다, 누구를 뽑아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지만, 이번 선거는 대통령 후보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잡음도 적지 않았던 터라 누구를 뽑아야 할지 선거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많이 망설였던 것 같다. 솔직히, 가장 좋은 선택이라기보다 최악의 선택을 피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정리했던 것 같다.



대통령은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의 원수로, 행정부의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을 말한다. 물론, 대통령 혼자서 국정을 이끌어갈 수는 없다. 대통령은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이것이 소수를 위하거나 독재가 되지 않도록 입법부와 사법부가 견제하면서 권력의 균형을 맞추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국민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 속에서 대통령이 민주적으로 선출되고, 자신의 선거 공약을 모두 이행하고 나서 국민의 박수 속에서 임기를 마친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을 수 있게 된 것도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서였다. 그 이전의 대통령은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기보다는 시대의 상황을 이용해 권력을 이용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독재를 꿈꾸고, 무력을 앞세웠던 대통령뿐만 아니라, 우리가 뽑았던 직선제 대통령조차 법정에 서 있는 모습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한 번 믿어 본 대통령이 ‘역시나’ 하는 실망감을 안겨 준 사례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대통령’이라는 단어에 대해 신뢰를 느끼기보다는 부정부패, 불신, 불법 등과 같은 부정적인 느낌을 갖는 것 같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확신보다 의심이 많다.




‘사랑받는 대통령’이라는 책 제목 아래에 다양한 꽃이 가득한 정원에서 빨간 모자에 빨간 외투를 입은 아저씨가 초록색 옷을 입은 아이를 안고 있고, 주변에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제목과 그림을 번갈아 보며, ‘누가 대통령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대통령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이 정말 대통령일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책 표지를 넘기면,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이 편안한 표정으로 한 손은 턱을 괴고 다른 한 손은 아래를 보면서 흔들고 있다. 그리고 반대쪽에는 대조적으로 초록색 옷을 입은 사람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힘차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긴장된 분위기가 느껴진다.



액자 속에 사진처럼 들어가 있는 빨간 옷을 입은 사람과 초록색 옷을 입은 사람은 같은 나라의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대조적인 옷의 색깔처럼 대통령으로서의 모습도 서로 매우 대조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빨간 옷의 대통령은 자신보다 국민을 소중하게 생각했고, 국민과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국민의 생각을 제대로 알아야 자신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민은 자신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나타냈다. 이것은 국민이 다양한 색깔로 자신의 외모와 주변을 표현한다는 것으로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대통령은 가지각색 다채로운 나라가 행복한 나라라고 하며, 다양한 색깔로 표현되는 국민의 모습을 흐뭇하게 생각했다.


반면, 초록색 옷을 입은 사람은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친구들을 이용해 대통령이 되었다. 이 대통령은 자신과 자신의 주변이 국민보다 먼저였고, 장관들 역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그 대통령에서 옳은 말을 하지 않았다. 국민의 생활은 어려워졌지만, 대통령은 그들의 생활을 걱정하기보다는 국민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색깔을 금지하는 벌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사람들은 감옥에 가두었고, 그 나라 국민은 다른 나라에 갈 수도 없었고, 다른 나라 여행객조차 그 나라에 들이지 않았다. 꽃과 나무 같은 자연의 색깔조차 모두 뿌리를 뽑아 버렸다. 사람들은 철저하게 그 대통령의 명령 속에 갇혀 지내게 되었다. 어두운 국가에 화려한 대통령만 존재하게 되었다.



하지만 절대권력을 휘두르던 그 대통령도 무지개의 색깔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 무지개를 없애기 위해 마법사를 불렀다. 마법사는 대통령에게 파란색 즙을 마시게 했다. 그 즙을 마시고 고통을 느낀 대통령이 해독제를 얻기 위해 색깔을 다시 허락한다고 문서를 만들었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은 Als die Farben verboten wurden인데, 직역하면 ‘색채가 금지’되었을 때이다. 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 이야기에서는 사람들의 생각과 표현을 색깔로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이 제목이 ‘사랑받는 대통령’이 된 것은 다양한 색깔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하는 나라에서 비로소 국민도 대통령을 아끼고 귀하게 여긴다는 의미일 것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마음과 시선을 국민에게 두는 것이 그 지위가 낮아지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대통령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다.  



아마도 사랑받는 대통령과 사랑받지 못하는 대통령의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이미 우리가 경험으로 알고 있다. 다만, 이 이야기를 ‘색깔’의 상징으로 풀어내면서 민주주의의 의미와 대통령의 올바른 역할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는 것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우리 옆에 있는 대통령도 보여주는 대통령이 아니라, 존경을 바라는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대통령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대통령이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국민과 소통하고 싶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자체도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민의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 순간에 국민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억지스럽게 무엇인가를 보여주려고 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대통령이 우리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바로 ‘사랑받는’ 대통령이 아닐까 싶다.  




<우리 아이의 한 줄 평>

‘초록색 옷을 입은 대통령이 자신과 국민 모두 행복해질 수는 없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색깔을 모두 없애서 국민이 불행해지면 대통령이 행복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 이상했다. 자신만 행복한 삶이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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