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세미 Apr 24. 2022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건네는 우산, 배려와 용기

: 나만 우울한 거야? 우울할 수도 있는 거야!

다람쥐의 구름

글/그림: 조승혜(북극곰, 2020).     




창문 너머의 맑은 하늘을 슬프게 바라보는 다람쥐가 있다. 다람쥐의 머리 위에 비구름이 다람쥐의 우울함을 그대로 느끼게 해 준다. 야속하게 비는 다람쥐에게만 쏟아져 내리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자신의 모습을 현실 속에서 자주 마주한다. 코로나 때문에 나는 조심하기 위해 집에만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즐겁게 여행을 다녀온다. 나는 취직을 하려고 수 백 군데 이력서를 넣고 기다려도 연락이 오는 곳이 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직을 꿈꾸며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고 있다. 나는 이성을 사귀면서 온갖 상처를 받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은 1년 내내 봄과 같은 사랑을 하고 있다. 내 아이는 내 속을 하루에도 열두 번씩 뒤집는데, 옆 집 애는 자기 일을 알아서 척척 해낸다. 이처럼 내 슬픔과 좌절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둘러싼 주변은 행복하고 즐겁기만 한 상황을 누구나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을 감싸고 있는 우울함이 나만 없는 밝은 세상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일이 있다. 다람쥐가 바로 그런 현실 속에 있는 것이다.      



하얀 바탕 위에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단조롭게 그려진 것 같지만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세세한 표정들과 상징적인 설정이 복잡한 감정을 담은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 이야기는 내게만 쏟아지는 비처럼 나를 적시는 우울함을 떨쳐내는 방법을 고민하게 만든다.     



다람쥐는 자신의 비구름으로 남들에게 폐를 끼친다고 생각했다. 다람쥐에게 다가왔던 토끼는 감기에 걸렸고, 다람쥐가 앉았던 벤치는 비에 젖어서 병아리들이 앉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다람쥐는 혼자 집에 우울하게 있기로 했다. 자신만의 동굴에 갇혀 있으면 적어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자신이 상처를 받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혼자 집에만 있을 수는 없었던 다람쥐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친구에게 그가 비를 맞지 않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 방법은 바로 다람쥐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게 하는 것이었다. 다람쥐는 그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으면서 그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지 않아서 거리를 둔 것이 아니라, 비구름이 있는 상태에서 친구와 가까워지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신의 비구름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기 때문에 비가 내리는 것에만 힘들어했던 것 같다. 다람쥐는 주변에 피해만 주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비구름을 달고 사는 다람쥐는 친구를 사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지금 다람쥐의 모습은 아닐까? 반대로, 비구름을 달고 사는 다람쥐와 친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느 날 다람쥐의 옆집에 이사 온 생쥐가 이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답을 제시한다. 비구름을 달고 사는 다람쥐와 친구가 되기 위해 생쥐는 다람쥐에게 우산을 건넸다. 다람쥐가 자신의 비구름 안으로 들어오지 말고 자신과 거리를 두고 있으라는 말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다람쥐의 상황에 맞추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생쥐의 우산은 다람쥐의 비구름 안에 생쥐가 함께 있을 수 있게 해 주었을 뿐 아니라, 다람쥐에게 자신의 비구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었다. 다람쥐의 비구름은 주변에 폐만 끼치는 존재가 아니라, 시들었던 꽃에 생기를 돌게 하고, 개구리의 물웅덩이를 만들어주었다. 또, 다람쥐는 자신의 비를 샤워할 때 이용할 수도 있고, 잘 때는 우산으로 비를 피할 수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을 바꾸자 자신이 너무 싫어했던 그 상황이었지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다람쥐의 상황이 변한 것이 아니라, 다람쥐의 생각이 먼저 변한 것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다람쥐가 생쥐에게 비옷을 선물하게 했고, 다람쥐와 생쥐가 함께 비옷을 입고 다람쥐의 빗속에서 그 비를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점차 다람쥐의 비구름은 비가 그쳤다. 그 구름은 먹구름이 되었고, 그 먹구름마저 사라지고 무지개가 떴다. 그리고 해가 뜨면서 비구름은 완전히 사라졌다. 다람쥐는 혼자 있어도 행복해 보인다. 그동안 다람쥐는 혼자 있어서 우울했던 것이 아니라, 우울해서 혼자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 다람쥐는 비를 맞지 않았다. 다람쥐는 생쥐와 함께 소풍을 갔다. 함께 소풍 가서 잔디 위에 앉아 있는 그들의 모습이 뒷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그들의 표정이나 마음이 보이지 않아도 그들이 편안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뒷모습으로도 충분히 느껴졌다. 그리고 이제 날씨만큼 화창한 마음을 가진 다람쥐는 비구름 때문에 힘들어하는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망설이지 않고 그에게 우산을 씌워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내리는 비구름이 있는 친구에게 그런 너도 괜찮다며 나는 함께 비를 맞을 수 있다면서 옆에 서 있는 것이 배려가 아닐 때도 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친구가 그 비를 잠깐 피할 수 있게 우산을 건네고 시간을 주는 것이 배려가 될 때가 있다. 비구름을 가진 친구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것이 배려일 것이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 다람쥐라면, 생쥐가 건네는 우산을 거절하지 말고, 지금 자신이 생쥐가 될 수 있다면, 다람쥐에게 우산을 한 번 건네보기를 바란다. 우산을 받는 것도 건네는 것도 모두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용기가 삶의 모습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도 있다.      





<우리 아이의 한 줄 평>     

다람쥐는 소외된 친구의 모습 같다. 토끼도 다람쥐에게 다가가기는 했지만, 우산을 갖다 준 생쥐처럼 적극적인 모습으로 다람쥐와 친구가 되려고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소외된 친구들에게는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친구가 되려고 다가가야겠다.      




https://m.oheadline.com/articles/wiJyLVMr-mgJE7CVyi92nw==?uid=4f8c6c5e6d91434c8dde0827240053cb


매거진의 이전글 일단 나가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