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Anthropocene)' 논의 정리와 요약 그 사이
'인류세'라는 말이 논문과 잡지, 미디어 등 매체 전반에서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지인이 '인류세'의 '세'를 tax로 착각했고 나 또한 어렴풋이만 알고 있던 터라 제대로 된 설명을 못했다. 그래서 논문을 중심으로 탐구해봤고 그 내용을 나름의 기준에 따라 정리해봤다. 아직 지질학적으로 공식 인정된 용어는 아니지만 의미와 쟁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의의'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 요약
플라스틱, 가축동물의 뼈, 핵폭탄 투여 및 실험, 탄소비율 등이 토양에 기록을 남기고 있기 때문에 지질학적인 구분 중 '세'의 새로운 구분이 필요하다. 그래서 만든 것이 '인류세'이며 이는 모두 인류가 주도하여 만들어낸 흔적이자 위협이다.
지층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지질학의 입장에선 증거가 미미하고 산업혁명 이후의 역사가 너무 짧다며 현재로썬 '인류세'를 공식 용어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국제지질연합 산하의 인류세실무그룹이 인류세 지정을 위한 공식 제안을 준비 중이다.
인류세는 지구환경과 그 보전에 관해 정치적, 사회적 행동의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가 함축돼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구와 인간의 상호관계에 관한 사고의 전환을 촉구하는 계기로서 작용할 수 있는 의의가 있다.
인류세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전 지질 구분에 대한 배경 지식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인류세의 '세'가 지질 구분 단위이기 때문이다.
- 시대 단위가 큰 순서대로 누대(Eon), 대(Era), 기(Period), 세(Epoch), 절(Age)의 순으로 구분되며 상위 단위일수록 변화의 차이가 크다.
- 지층에 포함된 화석을 현생 종은 '새로운 것'으로, 멸종된 종은 '옛 것'으로 구분하여 그 비율에 따라 지질 시대를 나눈다.
* 홀로세(Holocene) : Holo는 '전부'를 뜻하는 그리스어 Holos에서 유래
- '가장 최근'이라는 의미를 담는 현재의 시대를 포괄하는 '세'
- 발견되는 모든 화석이 '새로운 것'으로 구성된 시기를 뜻한다.
- 그린란드에서 시추한 빙하 시추시료에서 여러 고기후 자료를 분석하여 빙하기가 끝난 시기를 경계로 삼는다.
- 11,650 ± 699년 전을 홀로세의 시작시기로 확정(국제지질과학연명IUGS, 2009)
- 1980년대 미국 생물학자 유진 스토머가 처음 사용했으나 널리 전파한 사람은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폴 크루첸
- 폴 크루첸은 1995년 노벨화학상을 받기도 했다.
- 폴 크루첸은 인류세의 시작 시점을 19세기 산업혁명으로 보았다.
(현재 인류세 논의에선 원자력 폭탄 투하 시점을 그 시작 시기로 봐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 그는 지질의 상태와 변화 과정에 인간이 명백이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 지질학적, 순수과학적 증거 부족이 반론의 주된 골자다.
- 문명 시대가 지질학적으로 하나의 시대로 인정될 만큼 오래되지 않았으며 70년간 해양퇴적층이 1mm 쌓이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전세계 지층에서 인류세의 기록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전 지구적 표식이 존재 해야한다'는 지질학 적 구분의 인정 조건 불충족
- 인류세의 증거라고 제시되는 것들이 일시적 현상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 확연한 변화를 보일 때 새로운 '세'의 증거로서 가치가 있다.
- 홀로세와 시기적으로 중첩되어 독립적으로 시기를 나눌 수 없다고 판단.
-> 전체적으로 시기상조라는 주장
-> 지질학적 용어론 부적절하고 철학적, 인문학적 개념으로 봐야 타당하다는 주장과 함께 '인류세'를 비공식적 용어로 사용할 것을 제안.
- 홀로세는 농업혁명부터 현재까지 줄곧 인류의 문명이 인간 중심적으로 발전한 시기라고 정의해왔다. 인류세 도입 관련 논쟁은 사회 전반에 걸쳐 지구와 인간의 상호관계에 관한 사고의 전환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인류세는 지구환경과 그 보전에 관해 그에 다른 정치적, 사회적, 행동의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가 함축돼있다.
- 플라스틱 입자가 쌓여 형성된 퇴적층을 지질학적으로 관찰 가능하다.
- 지층에 반영될 탄소 동위원소에서 인류세만의 특징을 지닌다.
- 생물상의 급격한 변화가 화석의 종을 다르게 만들 것이다. 홀로세 시작시기만 해도 야생동물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가축이 육상척추 생물량의 65% 차지한다. 특히 양계장의 닭은 지구상의 모든 조류의 합보다 많다. 인류세를 상징하는 유력한 지표화석이 닭뼈일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 1945년 핵폭탄 투여와 각종 핵실험은 토양의 금속도를 바꿔놓았다.
- 인류세가 단순 유행으로 떠올라 기후변화에 내포된 지구 시스템 안의 복잡한 관계가 은폐될 수 있다.
- 문제의 주체를 인류 전체로 추상화해 기후 위기의 지정학적 맥락이나 산업자본주의의 환경 영향을 가릴 수도 있다.
- 인류세에는 인간을 핵심 행위자로서 자연에 책임을 져야하는 존재로 규정하는 시각이 있다. 그런데 그 시각 이면에는 여전히 자연과 인간을 분리짓고 우리가 지구의 일부가 아니라 그 너머에서 유영하는 무언가로 바라보는 흐름이 깔려있다. 영향력을 은근히 과시하는 태도까지 전제돼있다는 지적이 있다.
- 인류세가 말하는 바대로 '인간이 이 세상 모든 것을 바꿔서 세계, 자연, 문화 사이에 분리가 없게 되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인간 자신 역시 이러한 변화에 의해 바뀌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현재 인류세에 대한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국제지질연합(IUGS) 산하의 ‘인류세 실무그룹(AWG, Anthropocene Working Group)’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 12개국 과학자 34명으로 이루어진 AWG는 2010년 무렵부터 인류세를 홀로세 다음의 새로운 시대로 인정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최근에 AWG는 새로운 지질학 시대인 인류세의 지정 여부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29명의 회원들은 인류세 지정에 찬성했으며, 4명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AWG는 이 투표 결과에 의해 2021년까지 인류세 지정에 대한 공식 제안서를 국제층서위원회(International Commission on Stratigraphy)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층서위원회는 지구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사용하는 지질 시대를 정의하는 기관이다.
■ 위키피디아(현대 지성의 종착점...)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 또는 인신세(人新世)는 제안된 지질 시대로, 홀로세(현세) 중에서 인류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 시점부터를 별개의 세로 개념이다. 정확한 시점은 합의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대기의 변화를 기준으로 할 경우 산업 혁명이 그 기준이다.
인류세 지지자인 얀 잘라시에비치는 “테크노스피어(인류가 만든 인공물질 총칭)는 지질학적으로 어리지만 놀라운 속도로 진화해가고 있다. 이미 우리 행성에 깊은 자국을 남겼다”고 말했다.
참고
김지성, 남욱현, 임현수. (2016). 인류세(Anthropocene)의 시점과 의미. 지질학회지, 52(2), 163-171.
이인건. (2019). 신인간중심주의로 조명한 인류세 논의. 과학기술학연구, 19(1), 182-199.
http://www.sciencetimes.co.kr/news/홀로세-가고-인류세-올까/
https://www.youtube.com/watch?v=n3XZSweeSvU (스테이시 앨러이모 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