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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Oct 22. 2019

한밤중에 닭강정을 먹는 이유

한 밤 중에 자다가 일어나서 치킨을 먹는다. 정확히 말하면 닭강정. 같이 마시는 음료수는 탄산수다. 치킨과 가장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 콜라나 사이다 안에는 설탕이 들어가니까. 얼마 전부터 식단 조절을 시작했기 때문에 설탕이 다량 함유된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나 참. 그럼 닭강정은 왜 먹는 건지… 


사실 이 닭강정은 축구를 보면서 먹으려고 산 것인데, 집엘 와 보니 엄마가 소고기를 사놨더라지. 닭강정은 그대로 식탁 위에 전시됐다. 그리고 축구를 볼 때 즈음엔 이미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뻗어버렸다. 한참을 잔 것 같은데 일어나 보니 새벽 한 시. 내가 쏟아지는 졸음을 부여잡고 가까스로 침대까지 끌고 간 뒤 쓰러지듯 베개에 코를 박은 게 저녁 11시 즈음인데, 쓰러지듯 잠든 것 치고는 정말 얼마 자지 못했다.


알바가 있어도 문제인 것이 이런 부분이다. 약 2주가량 쉬는 날이 없었다. 차라리 알바가 없으니 규칙적인 생활을 하더라. 새벽 7시에 잠들어서 오후 2시 즈음 일어나는 것이 하나의 생채 리듬으로 자리 잡았었다. 그런데 알바를 구하고 나서 주말은 쉬게 됐다. 5일 동안 야간에 일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휴식과, 교회를 가기 위해. 다른 말로 주일 오전은 깨어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리듬을 깨뜨려야 하는 시간들이 어색하고 낯설다. 


덕분에 두 시간 정도 잤을까, 뒤척이다가. 잠들지도 못할 거면서 침대에 누워만 있으며 보내는 시간.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기보다 무언가 생산적인, 이를테면 글을 쓰는 것과 같은 일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나 이불에서 나올 때의 의지와는 상반된 걸음으로 허정 허정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주방에 와보니, 한때 나에게 외면당해 혼자 싸늘히 식어가던 닭강정이 소고기라는 희대의 라이벌(물론 일방적인 결과였지만)도 없겠다, 나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간장 냄새를 한껏 발산하고 있더라. 그렇게 그 녀석은(상당히 만족스러운 맛이라 지위를 상승해 주었다) 자신의 만들어진 목적을 달성하고 서서히 사라져다. 내 뱃속으로.


이런 날이 많다. (야식 먹는 날 말고!) 평소에는 깨어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이 시간을 오롯이 휴식과 잠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날. 이전 같았으면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그 마저도 귀찮으면 유튜브를 보거나. 누군가 만들어 놓은 틀에 따라 시간을 이기려 했다. 글을 쓰는 것도 하나의 틀이 있어야 썼었다. 내 마음속에. 생각 안에 떠오르는 이야기와 감정의 흐름이 느껴지면. 그때 노트북을 켜 글을 쓰곤 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전에도 말했지만, 이젠 조금의 의무감이 생긴 터라 틀에 따라 글을 쓰고, 틀이 없을 땐 그 틀을 만들기 위한 시간을 보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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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가 한창이고,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미디어를 통해 흘러나오지만, 내가 가장 자주 접하는 소식은 제7회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에 관한 소식이다. 여러 작가들이 이 프로젝트 추천을 열과 성을 다해하더라. 그만큼 매력적이고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실제로 추천하는 작가들에게 그랬을 것이고. 그러나 뭐랄까… 고시공부를 해 보지는 않았지만, 지금이 10월이니 당장 11월에 있을 임용고시를 목표로 10월부터 공부를 하진 않는다. 그 마저도 한 달을 오롯이. 온전히 글 쓰는 것에만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사범대학 학부생의 입장으로 졸업생의 시험을 바라보는 입장 정도 되겠다. 이런 마음으로. 포기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다음을 기약하고,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제8회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를 기다린다. 매번 무엇을 먹을까, 야식을 정하는 고민과 더불어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틀을 만드는 요즘이다.



스스로 잡은 기회이고 부여한 동기지만, 출간 작가가 되고 나서부터. 그리고 또 비슷한 시기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부터 더 자주 ‘글’이라는 것에 노출되어 왔다. 전엔 먼 꿈처럼 여겨지던. 인생을 살 만큼 살고. 또는 내 인생을 회고할 시간이 주어졌을 때 즈음. 그때 즈음 쓸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던 출간이라는 꿈. 이 꿈이 정말이지 나도 모르게. 마음의 준비도 없이. 생각한 만큼 인생을 많이 살지도, 고생하지도 않았는데. 그런데 찾아왔다. 이뤄져 버렸다.


그래서 아쉬움이 많았다. 나의 첫 책. 그렇게 하고 싶던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나의 소망. 이렇게 찾아와서는 안됐다. 출간을 해 놓고서도, 정말 친한 사람들과 팔로워도 몇 명 없는 내 sns, 함께 여행에서 추억을 만들어준 사람들 말고는 홍보를 거의 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내 책과 스스로에게. 그리고 재밌게 읽어 준 몇 안 되는 독자들에게 정말로 미안한 말이지만, 난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영광의 상처. 이제는 그렇게 부른다. 순서가 조금 바뀌었을 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 상황에 작가라는 타이틀을 부여하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일들. 분명 출간으로 인해 글과 친해졌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제8회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를 기대하며 어떤 글을 쓸까 머리를 쥐어짜는 일도. 잠이 오지 않는 날 닭강정을 먹으며 이런 글을 쓰는 일도 없었으리라.


내가 수상자는 아니지만. 앞으로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지만, 브런치에 감사하고, 이 좋은 기회를 더 좋은 글로 아주 많이 홍보해주신. 그래서 연신 내 핸드폰에 새 브런치 글에 대한 알람을 울려주어 내 관심을 사게 해 주신 여러 작가님들에게 소소한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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