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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쌍꺼풀 오이씨 Nov 07. 2023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아이가 알려준 소중한 비밀

 지난 토요일.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 교육을 위해 쓰고 있는 공동체 공간 청소를 하러 갔다. 공동체 공간은 당번이 있어서 돌아가면서 청소를 하는데, 지난 주는 우리 가족이 당번이었다.


 보통은 청소하러 혼자 가서 후딱 해치우고 오는데 지난 토요일에는 따로 시간을 내기도 어려웠고, 아이들도 내가 청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를 배웠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공동체 공간에 도착하니 이상하게 잠이 쏟아졌다. 아이들에게 '아빠 5분만 쉴께' 하고 잠시 눈을 붙였다. 아이들은 내가 눈을 감자마자부터 내 배위로 올라와 '아빠~ 5분 지났어~' 를 연발했다. 늘 있는 일이라 나는 그냥 잠이 들었고, 잠에서 깨어 시계를 보니 30분쯤 지나 있었다. 


 자는 동안 잘 놀아준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인사를 하고 청소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늘 지내는 공간이니 꼼꼼히 청소를 했다. 하다보니 욕시도 나고 나름 재미가 있어 더 꼼꼼히 시간을 들여 정성스레 청소를 했다.


 다 마치고 났는데 한 아이 얼굴이 어둡다.


 ' 무슨 일 있어? 왜 얼굴이 힘들어?' 

 

 내 물음에 아이는 대답은 않고 불만이 한 가득인 시선으로 하늘만 본다.


 '무슨 일이야 ? 말해봐~'


 연이은 나의 물음에 아이는 눈을 아래로 깔더니 이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다.


' 아빠랑 놀고 싶은데 아빠는 청소만 하고. 오늘이 가버렸잖아.'


 아이의 울음이 그칠 줄 모른다. 


오늘이 가버렸잖아.......


 이 말에 나는 정신이 아득해 졌고, 코에서 한없이 코피가 흘러 나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맞다. 아이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은 날 기다려주지 않잖아.......


나에게 무엇이 중요했을까? 당연히 아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다.


청소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시간은 날 기다려주지 않고, 지금 일초는 지나가 버리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우주의 시간. 


우주의 어느 곳도 지나가버린 시간을 다시 누리는 곳을 없을것이다.


윤회니 영생이니 하는 종교적 용어는 내 인생에서는 필요없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뿐더러

그 때가 온다한들 내 아이들과 함께 일까?


지금의 일초. 지금의 일분, 지금의 오늘. 

내 아이들이 내 곁에 있는 시간을 최대한 열심히 즐겁게 누려야 겠다.


아이가 나에게 진리를 알려주었다. 


오늘이 가버렸잖아.


무조건 시간은 가버리겠지. 그러니 더 진지하고 열심히 충실히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행복하게 누려야겠다는 다짐으로 오늘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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