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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쌍꺼풀 오이씨 Mar 24. 2020

아가들과 책 읽기

아가들과 함께 읽는 동화책은 즐거워^^*

 그제 밤이었다. 아이들이 밖에 나가지 못해서 몸이 근질거려 보이기도 하고, 날도 나름 푹해져서 코에 바람도 넣을 겸 동네 마실을 나갔다. 밤에 거의 나오지 않는데, 오래간만에 밤에 나오니 아이들이 신이 나서 소리 지르고 여기자가 저기 가자 주문이 많았다. 여차저차 해서 집 앞 공공 도서관 주차장에 있는 고양이를 보러 가기로 했다.

 랄라랄라~ 고양이를 보러 가요~ 랄라랄라 고양이랑 얘기해요~ 랄라랄라 고양이랑 우다다 달리기 해요~ 뭐 이런 노래를 부르면서 신나게 갔었다. 근데 고양이는 어디에도 안 보이고 텅 빈 집만 덩그러니 있었다. 고양이도 산책 갔나 보다~ 하고 아이들에게 말했더니 아이들 질문이 쏟아진다. '고양이는 밤에 다녀도 안 무서워요?', '고양이는 배고플 텐데 어디 갔어요?', '고양이 산에 갔어요? 밭에 갔어요?' 등등등 아는 건 최대한 자세히 대답해 주고, 모르는 건 모르지만 알게 되면 말해주겠다고 하고 있던 차에 아내가 '얘들아! 하늘에 별 엄청 많다.'

 요즘 공기도 맑아서 그런지 밤에 별이 많이 보인다. 아이들과 함께 별을 보다가 유난히 밝은 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무슨 별이지? 저게 금성인가? 뭐지? 인공위성인가? 이런 말을 했는데 아이들이 '아빠 인공위성이 뭐예요?' '인공위성은 음...... 저기 하늘 위 우주에 떠 있는 비행기 비슷한 건데, 음.... 그러니까 로켓에다 실어서 우주로 간 건데, 음.......'

 아이들에게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대답할 수 있을까? 에 더해서 어떻게 말해야 정확한 설명이 될까? 두 가지를 동시에 고민한다. 인공위성도 그 두 가지 기준을 충족시키려다 난관에 부딪혔다. 그러다가 생각이 난 대답. '얘들아 집에 가서 인공위성 책 보자! 책 보면 인공위성 그림 있으니 아빠가 읽어 줄게~' 아이들이 '예~!!!!' 신나서 손을 뻗으면서 예~! 하면 세상에 이렇게 귀여운 존재가 또 있을까 싶다 ^^*

퇴근하고 집에 오니 아내 친구가 보내 준 책이 있었다. 나를 본 아이들이 ‘이거 다 보고 옷 갈아입으세요~’ 눼눼눼~~~


 아이들 책 읽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서두가 길어졌다.

 아이들에게 책 읽어 주기는 많은 분들과 비슷하게 태교를 하기 위해 시작했다. 거의 매일 읽어 주었고, 태어난 날도 아이들 곁에서 책을 읽어 주었다. 그 날은 그림책이나 동화는 아니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을 가장 좋아하는 언어로 읽어 주었다(자세히 말하면 좀 해괴하게 들릴지도 몰라서 이렇게 표현 했슴돠.). 기쁘고 즐겁게 기꺼이 읽어주고 싶어서 그랬다. 그리고 존귀한 존재로 기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도 아주 컸다.

 아이들이 병원에서 집으로 온 첫 날도 아이들 누워있는 곁에서 책을 읽어 주었다. 물론 그때는 책에 집중한다거나 흥미를 보인다거나 그래서 읽어 준 건 아니었다. 순전히 아이들이 '책'이라는 물건과 친해지기 바랐던 마음이었다. 아이들 신생아 때에는 정말 아무 책이나 막 읽어 주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순전히 내 취향. 내가 재미있으면 아이들도 재미있을 거야.라는 마음이었다. 심지어 어떤 날은 그리스어 알파벳도 읽어 준 적이 있었다. 그 날이 기억나는 이유는 알파벳을 읽어 가고 있는데 '프시'라는 글자를 읽을 때, 한 아이가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 웃음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정말 넘어가게 웃는데 나도 크게 웃고, 아내도 그게 웃고, 다른 아이도 쳐다보다 배시시 웃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도 웃고 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기기 시작하고 나름 손에 힘이 생길 즈음이 되니 책을 찢기 시작했다. 말리지 않았다. 물건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들이 책이라는 물건과 친해지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책을 찢었거나 망가트렸다고 안 된다고 하거나 혼내거나 해서 아이에게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을 했다. 단, 나도 아내도 정말 아끼는 책이 있다. 그 책을 만질 때는 만져도 되지만 찢는 건 안된다고 정말 부드럽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랬더니 정말 신기하게도 다른 책은 다 찢어도 그 책을 찢은 적은 없다(물론 찢으려는 시도가 한 번도 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있었지만 말렸다. 성공적으로 잘 말렸다. 뭐 이 정도...... 그리고 아이와 대화법은 다른 글에서 소개하고 싶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설명할 때 아이지만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쓰고 있다.)

 

 아이에게 책 읽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많이 읽어 주기는 했는데, 아이 키우는 사람이면 누구나 드는 궁금증 '내가 지금 맞게 하고 있나?'라는 질문이 떠 올랐다. 그래서 유명하다는 육아서는 손에 잡히는 대로 마구 읽었다. 다들 각양각색의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1. 규칙적으로 읽어 주어라.

2. 책을 가까이 두어라.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3. 부모도 책 읽는 사람이 되어라. 정도의 조언이 있었다. 다른 이야기들도 있었는데 내가 아이들 책 읽어주는 데 있어서 저 정도는 나도 꼭 지켜주어야겠다.라는 가이드라인이 되어 주는 조언이다.

 

 1. 규칙적으로 읽어 주어라.

 대부분의 육아서에서 보통 정해진 시간에 일정 권수 이상은 꼭 읽어 주어라.라고 말하고 있다. 시간은 알아서 하더라도 일정 권수는 대부분 5권 이상은 꼭 읽어 주라고 한다. 왜 5권 인지는 모르지만, 아마 아이들의 집중력이 유지되는 시간과 읽어주는 부모의 흥미 지속 때문이지 싶다(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내가 아는 분은 의사 선생님 이신대 그분도 아이에게 책 읽어 주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서 매일 책을 읽어주다가 운 적이 있다고 했다. 어른 책 읽고 싶다고...... 써 놓고 보니 정말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뭐가 정해지면 약간 강박적으로 하는 나는 5권 이상 읽어 주었다. 대신 시간은 정하지 않았다. 시간까지 정해놓으면 아이도 나도 꼭 해야만 하는 의무가 되어 버릴 것만 같았다. 생각나거나,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거나, 어떤 이유에서 시작이 되었건 읽기 시작하면 무조건 5권 이상은 읽었다. 놓여 있는 순서대로 읽어주기도 하고, 어떤 날은 같은 색깔 표지를 연달아 읽기도 하고, 어떤 날은 특정 동물이나 사물이 나오는 책을 읽기도 하고 뭐 그런 식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도 아이들은 자기들 머리에 떠 오르는대로 책을 가져와서 읽어 달라고 한다.


2. 책을 가까이 두어라.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이 조언은 다른 것에도 적용되는 사항이다. 무언가에 익숙해지려면, 어떤 분야에 전문가가 되려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인 것처럼. 농구를 잘하려면 농구를 (가까이) 해야 하고, 특정 외국어를 잘하려면 그 언어를 (가까이) 해야 하는 것처럼.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려면 책이 가까이 있어야지, 박물관에 고이고이 모셔두듯하면 좀 곤란하지 않을까? 그래서 아이들 노는 곳에는 꼭 책이 있었고(물리적으로 가까이), 아이들이 책을 찢어도 뭐라 하지 않고 웃으면서 바라봐 주었다(심리적으로 가까이). 그래서 그런지 만 3살 넘긴 지금 아이들은 하루에 한 번 정도는 혼자 책을 본다. 한 30분 정도, 뭐라 뭐라 중얼대면서. 그러다가 내용을 모르겠거나, 자기 나름대로 무언가 깨달은 것이 있거나, 아니면 당장 읽고 싶은 것이 있으면 책을 들고 나에게 온다. 그럴 때마다 정말 귀여워 죽겠다 크크크크크킄


3. 부모도 책 읽는 사람이 되어라.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거울이자 우주이다. 어른인 나도 내가 닮고 싶은 어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한다면, 그 사람을 닮고 싶어서 그 행동을 하거나, 그 행동을 하지 않더라고 저 사람은 왜 저런 행동을 했을까? 하는 정도의 생각은 한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만 번 책 읽어라고 주문 외우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이건 분명하다. 내가 책을 읽고 있으면 아이들은 그 책에 대해서 질문을 한다. 무슨 책이에요? 왜 읽어요? 읽어 주세요. 그만 읽고 나랑 놀아요. 등등. 어떤 말이 나오건 멍하니 핸드폰을 보고 있는 부모보다는 훠어어어어어어어얼~~~~~~~~씬! 낫다. 훨씬! (또 다른 이야기이지만, 2018년에 독일 어린이들 (7세 정도 아이들)이 주축이 되어 150명 정도가 데모를 했다. 데모 주제는 ' 엄마 아빠 핸드폰이랑 놀지 말고 나랑 놀아요'. ) 책을 읽는 아이로 커가길 바란다면 부모가 책을 읽어야 한다. 당연하다. 그것도 기쁘게.


 여러 육아서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대략의 방법적인 조언을 적었다. 그런데 이 조언들을 따를 때 가져야 하는데 마음 가짐(자세? 태도? 적당한 단어를 모르겠다. 여하튼)가 있다. 그것은 '기쁘게, 기꺼이, 그리고 즉시'

 몇 권을 읽어주든 나도 정말 재밌어서 읽어주면 내 즐거움은 아이 가슴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몇 권을 읽어주든 그것이 아이를 가르치겠다는 좀 딱딱한 마음이면 그 딱딱함도 아이 가슴에 고스란히 전달된다(이건 순전히 경험으로 확실히 깨달은 사실이다.) 나도 진짜 재밌어서 깔깔거리면서 읽어주면 아이들도 덩달아 깔깔거리고 행동도 커지고, 말도 커지고 다 즐겁다. 그런데 순전히 습관을 위해서 읽은 날은 겉으로는 즐겁게 읽어준다고 해도 읽는 내 마음도 시큰둥, 듣는 아이도 시큰둥, 몇 권 지나면 아이가 스르르 내 품에서 미끄러져 나가서 장난감으로 다가간다. 개인적인 성향 차이가 있지만 되도록이면 마음 다해 나도 까르르, 그러면 아이도 까르르~(성향상 안 되는 분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할 수 있는 한......)


 책 읽어 주는 방법론적인 이야기는 자잘하게 많지만 정리가 잘 되지 않기도 하고, 적용하는데 개인적 성향에 따른 편차가 있어서 이만 줄인다.

 이런 방법, 저런 방법 다 좋지만 아이들과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명징 해지는 한 가지는 내가 진심을 다해 즐거워야 아이도 진심을 다해 즐겁다! 육아가 힘들어서 탈진과 멘붕의 축제 현장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즐겁게. 진심으로. 그러다 보면 오늘 지금이 그리워지는 날이 올 거다. 나에게도 빨리 그 날이 오기를......


 다 써 놓고 정말 아무 말 잔치를 벌였구나 생각이 들지만...... 다들 화이팅임돠!!!!

다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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