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신을 끝없이 미워했던 그때. 마지막 즈음.
난 그 미움이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당신을 향해 물방울마저 깔끔하게 베어낼 정도로 갈고 또 간 창을 던져도
당신은 나를 쳐다보지 않아 맞지 않았다.
무엇도 맞추지 못한 창은 부메랑마냥 내 어딘가에 박혔다. 주로 미간에.
너무 많이 박혀, 갈라진 배를 통해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생선 내장마냥.
내 진은 바닥에 흥건히 고였다.
바닥에 힘없이 고꾸라져 넘어져 있을 때.
나는 내가 얼마나 무뎌졌는지 알았다.
수없이 박힌 창 중 몇은 느끼고, 몇은 느끼지 못해서.
내가 이래저래 무뎌져서 나는 내가 존재함을 확인하려고 미움을 사용했다보다.
미련하고 불쌍한 사람아.
무뎌진 내 피부, 마치 철갑을 두른 것 마냥 무뎌진 내 육신. 이
다사롭고 나긋하며 무게감이 적은 살폿한 손길의 온기를 온전히 느낄 때까지.
거의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거의 철저한 고독 속으로 들어갈. 용기를 내겠다.
미움 없이 살기 위해.
당신 없이 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