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이 처들어 온데"
"간첩이 나를 죽이러 오고 있어"
"너는 왕이었구나"
그 분은 나에게 종종 이런 말을 했다. 세상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는 그 분에게 라벨을 붙였다.
'조현병 환자'
"진쩌? 외계인 언제쯤 온데요?"
"이번 간첩은 내가 벌써 신고 해서 국정원에 잡혔어요"
"나는 왕이다!! 하하하!"
나는 그 분의 말을 전부 진짜로 받아들였다. 나에게는 아니지만, 그 분 세계에서는 전부 진짜니까. 그 분은 아주 예리하고 섬세한 감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세미한 음성을 듣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신집중증' 내가 그 분을 지칭한 말. 나마 혼자.
그래서 그런지 그 분은 나를 신뢰했다. 다른 사람들은 헛소리라며 타박하거나 화를 내거나 혹은 병원에 집어 넣거나.
나는 그냥 그분이 하는 말은 그 분에게는 진실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정성껏 받아 주었다.
항상 그분을 찾아갔고, 그 분은 언제나 소녀같은 미소로 나를 반겨 주었다. 같이 책을 번갈아 읽기도 했고,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그 분이 어른스럽지 못하게 실수하면 나는 깔깔대고 웃으며 약올렸고 장난을 쳤다. 그러면 실수로 굳어버렸던 그 분의 몸은 스르르 풀리곤 했다.
세상은 뭐라고 그 분을 부르고 대하던 나에게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어른이었다.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어른.
'보고 싶어요. 장모님'
내가 이혼을 하더라도 장모님은 보러 가고싶다. 물론 알게 되면 지랄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