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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요아 Dec 15. 2021

사랑을 베풀 기회가 생겼어요,
대상을 받았습니다.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 소감


수상 소식을 듣고 가장 처음 한 일은 수상 소식이 적힌 메일을 닫아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꿈인가? 하며 볼을 꼬집는 정도가 아니라 꿈이구나, 라고 확신했거든요. 브런치북 6회부터 응모했으니 자그마치 네 번을 도전했어요. 물론 번번이 떨어졌고요.


그동안은 글 하나를 써도 브런치북 대상을 목적으로 적었어요. 올해 나온 첫 책 《제주 토박이는 제주가 싫습니다》가 나오기 전까지요.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고 제가 얘기하고 싶은 글을 처음 쓴 그때, 브런치 공식 카카오톡으로 글이 전달되었고 출간까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책을 홍보하는 기간 동안 사실 많이 힘들었습니다. 동생이 세상을 떠난 지 두어 달밖에 지나지 않았어요.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채 책을 만드신 대표님과 디자이너님과 편집자님을 위해 홍보에 전념했습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웃으며 책을 이곳저곳에 알렸어요. 난생처음 겪는 고통을 무시하니 당연히 후폭풍이 왔습니다. 지구를 떠나지 않겠다고 공표했으면서 세상에 남긴 흔적을 지우기 위해 브런치 탈퇴 버튼을 맴돌았어요. 그러나 저를 지켜봐 주신 독자님들과의 대화와 응원과 애정은 차마 지울 수 없어 영영 글을 쓰지 않더라도 댓글만은 남기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살았습니다. 여러분과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써서, 그렇게 살아서 또 한 권의 책이 나오네요. 어떤 분께는 눈가가 찌푸려질 정도로 어두운 책일 겁니다. 그러나 어떤 분께는 자기 연민이라는 불행 울타리를 깨고 밖으로 나올 기회가 될 책이리라고 확신해요. 제가 여러분 덕에 불행 울타리를 깼거든요. 받은 게 참 많아서 한 분 한 분께 악수를 청하고 싶은 마음이거든요. 이렇게 힘을 내 밥을 먹고 글을 쓴 건 여러분 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상에 뚝 떨어져 외로움을 느끼는 제게 선뜻 이웃이, 가족이, 동료가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개인적으로 편지를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연을 남겨주시고 제가 독자님께 응원을 보탤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마 지금보다 더 일찍 대상을 받았더라면 작가님이라는 호칭에 취했을 것 같아요. 다 노력의 결실이라며 자화자찬했을 거예요. 이제는 그게 아닌 걸 알아서, 많이 배워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얘기를 하나 하자면, 작년에 등단하고나서 잠깐 작가병을 제대로 겪었어요. 신간마다 종합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교수님께 "질투를 받는 삶이란 얼마나 어려운가요……"라 한숨쉰 적도 있……. 아무튼 정신차린 뒤 수상해서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응원과 위로를 얻어 한 글자 한 글자 쓰며 나온 이 브런치북이 세상을 등지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사별자 분에게, 외로움을 느끼는 나날이 늘어나는 분에게, 자기 연민을 깨고 더 나은 미래로 가기를 바라는 분에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받은 사랑이 많아 그 사랑을 그대로 전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어요.


수상하면 마냥 기쁠 줄 알았지만, 주제가 주제이고 얘기가 얘기인지라 의도치 않게 악몽을 자주 꿨습니다. 한창 즐거워할 시간에 일주일 동안 하루에 두세 시간 밖에 못 잤어요. 동생을 소재로 이용한 건지 죄책감이 들었고 동생 얘기를 함부로 책으로 묶어도 되나 싶기도 했습니다. 네 얘기를 써도 되냐고, 네가 떠난 뒤의 내 심리를 적어도 되냐고 물었지만 답장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구체적인 악플이 달리는 꿈까지 꾸자 수상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불안에 잠긴 밤 일기를 끄적이던 때, 불현듯 동생이 일곱 살 때부터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언니, 언니는 글만 써.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언니가 돈 걱정 없이 쓰게 해 줄게.


그 말을 오래, 그리고 자주 기억했습니다. 동생의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그래, 나는 쓸게.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책이 세상에 나올 여름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받은 사랑 그대로 베풀겠습니다. 우리 안에 숨겨진, 그리고 다 깨버린 줄 알았지만 제게 남아 있는 아주 작은 불행 울타리마저 깰 수 있도록 힘을 다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많이 고맙습니다.


제 다음 책을 기다리신다는 독자님을 만나면 기약 없는 기대를 드리는 것 같아서 죄송했는데, 내년 늦봄 혹은 초여름에 두 번째 책이 나오네요. 첫 책을 읽으시고 당연히 다음 책이 나오리라며 저보다 자신만만하게 외쳐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작가님에 앞서 사람님을 향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쓰겠습니다. 최소 열두 꼭지 이상은 새로 덧붙일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끝으로, 응모할 당시의 신기한 마음을 녹인 메모를 올려요. 앞으로도 책을 위한 글에 앞서, 사람에게 닿기 위한 글을 쓰겠습니다. 독자님의 댓글 하나하나와 편지 하나하나를 늘 감사히 하며 오래도록 쓰겠습니다.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두 권의 책을 응모했습니다. 올해까지 합치면 네 번 정도 도전한 것 같아요. 번번이 떨어질 때면 홀로 실연이라도 당한 것처럼 "글 안 써!"하고 징징댔는데, 이번에는 특이하게 초연해지네요. 책을 위한 글에 앞서 사람에게 닿기 위한 글을 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 모든 면을 읽고 응원과 위로, 감사의 말씀을 나눠주신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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