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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S Jan 27. 2016

당신들의 천국

도가니에 대하여

소설이 영화화 되었던 도가니. 공지영이 쓰고 공유가 출연했던 작품이다.


영화가 개봉해서는 크게 논란이 되었었다. 인화학교 사건을 압축해서 보여준 논픽션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다. 실화라기엔 영화보다 더 잔인해서 다들 믿고 싶지 않아했던 가슴아픈 이야기. 사실보다 더 짧게, 더 약한 강도로 보여주었는데도 사람들은 인화학교 관계자들에게 분노했다.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면서 사람들은 가해자들이 다시 처벌받기를 원했고, 서명운동도 벌어졌다. 그러나 이미 오래 전, 가해자들은 한번 처벌을 받았기에 일사부재리 원칙으로 더이상 법원에 세워질 수 없었다.

그리고..그리고 공분은 조금씩 사그라들었고, 5년이 지난 현재 도가니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러나 조두순 사건이라 재명명된-원래는 피해자 가명을 딴-나영이 사건이라 불리는 한국 사회에서의 이 폭로는 누구에게 피해를 주었을까.

공지영의 도가니 이후, 그 생존자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들었다. 평생 끔찍한 학대를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가려던 농인들, 세월이 치료해주는대로 그 일을 꺼내지 않고 살아가던 농여성들. 원치 않게 과거가 파헤쳐졌다.




엄마, 영화가 개봉했는데 인화학교 얘기래.
여기 졸업했다 하지 않았어?



결혼하고 평범하게 주부로 살아가던 사람도 있었다. 다시금 파헤쳐지리라 생각도 못한 과거는 아마 그들이 가장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았을 본인의 자녀들에 의해 드러난다.

장애인과 결혼한 사람이면 의식도 깨어있을거고, 그런 사람들은 배우자의 피해도 너그러이 포용하는 것이 당연할 거라 생각했을까?

안이한 예상과는 반대로 아내의 의사든 아니든 사실을 견디지 못했던 남편들은 만인에게 상처가 드러난 배우자를 감싸주지 못했다. 남편들도 상처가 생겼기 때문이다.






생존자들은 이혼했다.


 도가니의 영문제목은 Silenced였다. 의미와는 별개로, 그들의 고통을 함구해주는 것 또한 배려가 될 수 있었다.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 사실을 알리는 것만이 능사였을까 되묻는다. 도가니를 쓰거나 촬영할 때 생존자들 모두에게 동의를 받았는지도. 그게 아니었다면 이건 그들을 배려한다는 명목의 2차적 린치일 수 있다.

19세 이상 관객수 450만명, 버스 광고와 입소문과 공유파일의 다운로드 횟수까지 그들의 기억들은 글로도, 영상으로도 국민 앞에서 재생되었다. 그리고 발생한 이익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 부당함을 고발한 자들에게 비극 공연의 수고비로 돌아가는 건가.

혹자는 말한다. 그래 이미 드러난 거, 위안부 할머니들처럼 싸우라고. 남에게 말하기는 언제나 쉽다. 그 조언이 투사의 길과 결과와 거기에 따르는 부속물들을 충분히 헤아리고 이야기 한 충고였기를 바란다. 그 끝에는 승리라는 게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야 할까. 그리고 투사가 되지 않기로 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선택지가 준비되어 있는가.


고려되지 않은 나태한 충고 혹은 폭로들. 그건 당신들의 천국 다름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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