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각으로 맛있는 김밥을 만들다
아파트 장날에 오이를 사러 갔다가 오이가 소진되어 노각은 어떠냐고 주인아저씨가 권하신다.
노각? 그러고 보니 예전에 지인이 단무지 대신 노각을 넣은 김밥을 만들어준 적이 있었는데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 구입을 해봤다.
노각이란?
늙은 조선오이 열매라고 한다. 노각의 모습을 보면 오이보다 크고, 색깔도 노란색이다. 큰 재래시장을 방문하면 아주머니들이 빨간 다리이에 물을 받아두고 노란색의 커다란 무 같은 것을 담아두고 파는 것을 본 적이 있었지만, 그게 노각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유튜브를 통해 노각을 어떻게 먹는지 알아본 뒤 깨끗하게 씻어서 장아찌로 담아두었다. 그리고, 몇 개는 무침을 몇 개는 김밥을 만들 때 사용하려고 한다.
오늘 노각을 넣은 김밥을 만들어보았다. 물론 아이들은 단무지의 식감에 익숙해서인지 별로라고 한다. 난 괜찮은데 시장에서 장아찌로 담아둔 걸 구입하면 더 맛있으려나 생각해 보았다.
어찌 되었건, 난 내가 담근 노각장아찌가 맛있고, 여러모로 잘 이용해서 먹고 있다.
갑자기 노각으로 반찬을 만들면서 늙어감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노각 = 늙은 오이
늙은 호박 = 커다랗고 누런 늙은 호박
노각이라는 야채가 언제부터 사람들에게 밥반찬에 유용한 재료로 사용되었을까?
밭에서 뒹구는 커다란 누런 호박을 사람들은 언제부터 간식거리나 밥반찬으로 사용했을까?
재래시장에서 볼 수 있지만, 사람들이 쉽게 구입하지 않는 것이 노각이고 늙은 호박이다. 그러나 그 맛을 본 사람들은 눈에 보일 때마다 어떤 음식을 해 먹을까 상상하며 이 아이들을 손에 들고 집으로 간다.
생긴 모양이 이상하게 보이는 늙은 채소들은 볼품없지만, 그 맛과 향은 그 오래된 시간을 다 품고 있다.
요즘 어린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친밀도가 우리 세대에 비해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아무래도 노부모님들과의 만남이 빈번하지 않고, 핵가족이 주를 이루다 보니 그럴 것이다. 그러나 주변 나이 많으신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어떤 때에는 꼰대 같아 보이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지지만 그분들에게서 얻게 되는 삶의 지혜는 우리에게 없는 것이다.
나 역시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이들이 출가를 하고 난 뒤 내가 할 일이 없을까 봐 걱정을 하게 될 때도 있다. 그러나, 그때의 허전함을 대비해 공부한다. 내가 그렇듯이 5, 60대 더 나아가 70대이지만 공부하시는 어르신들을 종종 뵈면서 그분들의 축적된 시간의 노하우와 현재 공부하는 모든 것들이 협력하여 더 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래본다. 그 지혜가 또 연륜이 꼭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그런 곳에서 말이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늙은 오이가 아삭함과 깊은 맛을 느끼게 하고, 누런 늙은 호박이 달달한 호작전으로 입맛을 돋우듯이 늙어가는 나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