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이별의 선물

잊을 수 없는 음식(밥상)

by 리카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잊지 못할 음식들이 서너 개는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음식을 떠올리면 사람이나 사건 등이 생각이 난다. 감동을 주는 음식부터, 떠올리는 그것조차 싫은 음식도 있지만, 오늘 이야기하려는 음식은 내가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잊을 수 없는 음식이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면 집을 정리하고 노트북을 열어 루틴처럼 하는 일들을 하나둘 처리하느라 티브이를 볼 시간이 거의 없다. 즐겨보는 드라마도 모바일을 통한 OTT로 보다 보니 티브이는 마음먹지 않으면 앉아서 보는 일이 드물다. 한 두어 달 전, 거실 소파에 앉아 티브이를 보던 남편의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현무계획’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잠시 보게 되었다. 잠깐 소개하자면, 두 MC가 현지인 추천 식당을 방문해서 촬영 협조를 구하고, 허락되면 음식에 관한 이야기로 진행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날 방송의 배경은 통영이었다. 부산에서 통영은 거제보다는 멀게 느껴지는 곳이고, 딱히 특산물도 떠오르지 않는 곳이라고 나에겐 여겨지던 곳이다. 두 진행자는 어느 식당을 방문했다. 수족관에서 고기(횟감)를 꺼내던 직원은 방송촬영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이제 곧 마칠 시간이라 안 될걸요.”라고 답하며 사장님을 찾았고, 반면 사장님은 흔쾌히 촬영을 허락했다. 그때부터 한 진행자의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통영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이 있다는 것이다. 순간 ‘뭐지? 그냥 회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생소한 단어가 들렸다. 바로 “다찌”다. 다찌는 통영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해산물과 회로 이루어진 한 상이었다. 헉. 먹어도 먹어도 끝없이 나오는 해산물과 음식들을 보며 나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남편과 함께 감탄하며 시청하고 난 뒤, 조만간 꼭 가서 저걸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나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남편은 그런 내 마음을 알고 며칠 뒤 새벽 나를 태우고 통영으로 출발했다. 이런 세심함에 감동하고, 술을 먹지 않는 우리 부부라 특별히 점심이 가능한 다찌집을 찾아놓았다는 말에 더 설레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미리 찜해둔 다찌집을 방문하니 아직 준비 중이었고(우리가 너무 일찍 출발하긴 했다), 우린 배가 고팠지만, 배불리 먹을 준비를 하며 기다리기도 했다. 태양 빛이 뜨겁고 그늘도 찾기 어려운 통영중앙시장 주변을 서성이다 다찌집에서 주인분께 양해를 구하고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아 다시 그 집을 방문했는데 오픈전에는 착석할 수 없다는 말에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리려 할 때 누군가가 우리를 붙잡았다.


“오늘 점심 영업 안 해요.”

“네? 인터넷에서 한다고 봤는데요”

“네. 원해 점심 영업하는데 우리가 어제까지 여름휴가를 다녀와서 오늘 열었거든요. 와서 보니 준비할게 너무 많아서 점심 장사 못 하겠더라고요.”

“아까 저희가 여기 수족관에 계신 삼촌한테 물었더니 12시에 문 연다고 했는데요.”

“수족관 삼촌이 잘 모르고 말했는갑다. 우짜노. 내가 피곤해서 늦게나왔드만.”

“저희 그거 먹으려고 부산에서 새벽에 출발해서 왔는데... 그럼 저녁에 오픈하나요?”

“아이고, 멀리서 왔네. 네. 저녁에 오픈인데... 지금 회 먹으려고 하면 저 앞에 중앙시장가면 먹고 싶은 거 시켜서 먹을 수 있는데.”

“저희 부산 기장에서 왔거든요. 회는 안 먹고 싶어요. 저희는 다찌 한상 그거만 먹으려고 왔어요.”

“아이고, 다음에 오셔야겠다. 아니면 저녁까지 기다리든가. 미안해서 우짜노.”


우린 발길을 돌렸다. 티브이에서 만난 다찌 한상은 1주일이 넘게 내 머릿속 가득 채워져 있다. 그날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더 이상 다찌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한 점도 먹어보지도 못한 다찌는 이제 다시 도전해 보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통영 출신 지인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니, 실제로 보면 다찌에 해산물은 많지 않고, 회와 매운탕 등 술안주가 많아 어쩌면 못 먹은 게 더 다행인지도 모르다고 위로해주었다.

뭐어떠냐. 다찌는 너무 먹고싶은 음식이었지만, 눈 앞에서 먹어보지도 못한 나에게는 잊지 못할 음식이 되어버린 것을. 나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그 맛을 알 수 없지만, 잊을 수 없는 음식말이다. 다찌는 나에게 감동으로 시작되었지만, 허무함과 영영 이별을 동시에 안겨준 음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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