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개인적으로는 비를 맞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냥 내 옷이 비에 젖는 느낌이 싫어서였다. 그러나,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건 너무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나였다. 이런 내가 러닝을 시작하면서 바뀌게 된 것이다.
지금도 물론 난 초보러너이다. 케이던스니, 심박수니 잘 모른다. 그냥 건강하게 살고 싶어 져서 걷는 것부터 시작했고, 조금씩 슬로우조깅에 도전하고 있는 러너이다. 올해 여름은 비가 많이 왔다. 폭우보다는 가랑비, 지나가는 비, 소나기 등... 걷거나 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비를 만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를 맞는 것이 싫지가 않았다. 그리고, 난 잠시 비를 피해있지만, 비를 뚫고 달리는 멋진 러너들을 보니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비를 맞으며 신나게 달려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요즘엔 남편과 자주 걷고 뛰고 있는데, 어느 쉬는 날 남편이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으니 아침 일찍 좀 오래 걷는 코스로 가자고 했다. 물론 그날도 비소식이 있어서 살짝 걱정했지만 이번에 비를 만나면 맞으면서 뛰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출발했다. 우리 부부가 걷뛰를 하고 있을 때, 어김없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랑비처럼 내리는 비였다. 남편은 등에 메고 있던 배낭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었고, 골드색의 가방에서 판초우의가 펼쳐졌다. 그가 철저하게 준비한 것은 걷기에 딱 좋은 비옷이었다. 그것도 아주 오랜만에 입어보는 판초스타일의 비옷. 순간 웃음이 나왔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우리 둘은 비옷을 입고 신나게 걷기도 하고 뛰기 시작했다.
그 뒤로, 우리는 오늘까지 이 비옷을 세 번째 입었다. 오늘도 비소식이 있기에 배낭에 넣어서 출발했는데 비가 쏟아져 우린 여유롭게 판초우의를 입고 런웨이를 걷듯이 빗방울을 떨어뜨리며 걸었다. 남편의 센스에 이제는 비가 오는 날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