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술은 괄시를 받으면서도
얻어먹을 줄도 알아야지만
탈탈 털어 온몸으로 살 줄도 알아야.
— 『두 어른』, 백기완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까.
둘 다 익숙한 말이지만
같아 보이는 ‘도’는
늘 한쪽으로 기운다.
얻어먹을 줄은 알지만
온몸으로 살 줄은 모른다.
그럼에도
굳이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까.
살아남기엔 ‘얻어먹는 것’이 필요하지만,
사는 일엔 그걸로는 부족하다.
살 줄도 아는 게, 살아내기에 더 가깝다.
선생은
그보다 더 멀리, 더 깊이
‘온몸으로’ 사는 일을 말하고 계신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처신만 늘어난다.
살아가는 일보다
살아남는 일이 더 익숙해진다.
그래서,
산다는 게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