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문장을 따라 쓰고 싶었다
그 문장을 따라 쓰고 싶었다.
너무 좋아서,
너무 내 것 같아서.
그래서, 훔쳤다.
당신의 문장을.
처음엔 그냥 따라 썼다.
출처는 지웠고,
맥락은 바꿨고,
누가 썼는지 묻지 않았다.
좋아서.
그저, 좋았기 때문에.
그 문장을
내 마음으로 들리게 했고,
내 이름으로 불렀다.
그건 인용이 아니었다.
도용이었다.
표절이었다.
감탄으로 시작해
침묵으로 덮고,
끝내
이름을 바꿔 불렀다.
표절은
몰라서가 아니라
모른 척에서 시작한다.
출처는 거슬렸고,
이름은 불편했고,
그 밤의 이야기는
멀게 느껴졌다.
그래서 지웠고,
삼켰고,
훔쳤다.
좋은 문장을 만났을 때
멈추게 된다.
어디서 왔는지,
누구에게 빚졌는지
묻게 된다.
그렇게
기억한다.
사랑에는
출처가 있다.
저작권은 금지가 아니라
기억하고 남기는 일이다.
말의 시작이기도 하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마음까지
건네는 예의다.
지금은,
그 문장을 빌려 쓰기보다
기억하고 싶다.
좋아서,
가져온 게 아니라
좋아서,
기억하고 있다는 걸.
그 문장은
먼저 울고 있었다.
그래서 멈췄고,
그 울음은
그대로 두었다.
지금,
누구의 문장을 쓰고 있는가.
나는 여전히,
그 물음 아래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