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루장 Aug 31. 2021

노인은 그저 너무 멀리 나갔을 뿐이야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이 작품으로 퓰리처상과 노벨상을 받았으니 대단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다들 이렇게 말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지만 나도 그렇게 말해야 할 것처럼 생각된다. 헤밍웨이의 거의(?) 말년작이기에 연륜이 배어 있다. 어부 산티아고에서 헤밍웨이를 읽었다. 꼭 헤밍웨이라기보다는 노년(지금으로 따지면 많지 않은 나이지만)의 독자가 산티아노에 투영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을까. 아니 나이가 많든 아니면 어리든 인생은 결국 혼자라는 것이다. 혼자 헤쳐나가야 한다. 어려운 난관에서 도와줄 이는 아무도 없다. 단지 나만이 나를 도울 수 있을 뿐이다.


출판업자 찰스 스크리너브에게 보낸 편지이다. 헤밍웨이가 이 책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건 제 평생을 바쳐 쓴 글(노인과 바다)입니다. 쉽고 편안하게 읽히는 짧은 글처럼 보이지만 눈에 보이는 세상의 모든 면이 담겨 있고 동시에 인간의 정신세계도 담고 있지요. 지금으로서는 내 능력으로 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글입니다.”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 사람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진 않아.” 이 작품에서 너무나 많이 알려진 힘든 상황에서 자신을 다지는 독백이다. 자신을 위로하고 자신에게 용기를 주는 말로 자신과 이야기를 한다. 또한 상황에서도 “희망 없이 산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심지어 그것은 죄이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점이 혼자인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이며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한 번씩 입에 올리며 자신을 생각을 다지는 게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이 아직도 읽히고 그래서 나도 읽은 이유일 것이다.


노인의 모든 것이 늙거나 낡아 있었다. 하지만 두 눈만은 그렇지 않았다. 바다와 똑같은 빛깔의 파란 두 눈은 여전히 생기와 불굴의 의지로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 노인은 말했다. “사람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진 않아.”


혼자뿐이라는 것을 헤밍웨이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산티아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며칠 간의 사투에서 끊임없이 대화한다. 자신과 물고기 그리고 자신의 전리품을 노리는 상어와도. 허공에 외치는 대화가 아니라 진짜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산티아노는 잘 알고 있다.


바람은 신선하게 불었고 배는 계속해서 잘 나아갔다. 노인은 물고기 앞부분만 바라보았다. 희망이 조금 되살아났다.


희망을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야. 노인은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난 죄악이라고 믿어. 죄악 같은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자. 그는 생각했다. 죄 말고도 문젯거리가 충분하니까. 게다가 나는 죄가 뭔지도 아는 게 없잖아.


헤밍웨이가 산티아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면 신경쇠약과 우울증으로 자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결국 자신이 그려낸 인물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는 결국 혼자 뿐이었다. 헤밍웨이를 따를 것인지 산티아노를 따를 것인지는 모두 읽는 이의 선택이다. 빨간약과 파란약이 있다. 어느 것을 선택하든지 모두 자신의 몫이다.


널 패배시킨 것은 누구지? 노인은 생각했다.

“아무도 아냐.” 그는 큰소리로 말했다. “난 그저 너무 멀리 나갔을 뿐이야.”



덧_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문학동네, 2014년 6월 1판 10쇄

 

매거진의 이전글 낙엽이 꽃이라면, 가을은 두 번째 봄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