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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산프로 Nov 07. 2019

복이 넘쳐 흐르는 불평

 말 그대로 복이 넘쳐 흐르는 것을 알지만 불평에는 끝이 없다. 요즘 정말...이래저래 많은 일들이 있다. 부모님들의 무탈함과 큰 문제 없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느끼고 있지만...어리석은 인간이라 순간순간 그것을 망각하고 지낼때가 많다. 요즘 나의 주된 스트레스는 아래와 같다.


1. 대학원(MBA)

 누가 다니라고 등떠밀어서 다니는 것도 아니고 내가 갑자기 다닌다고 해서 부모님께서 서포트해주셔서 다니는 탈지구급 복에 겨운 상황에서...숙제가 생각보다 많고..시험공부 한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머리로는 알고있다. 대학생도 아니고 성적 잘 받을필요 없으니 그냥 F만 면하면 되는 성적으로 즐기면서 다니자 했는데...일단 F면하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다. 과제를 안내도 되는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매주 수요일 토요일 수업가는게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다. 그리고 사람들이 생각보다 열심히한다. 나는 되게 바쁜거 같은데 사람들은 그래도 덜 바빠보인다. 내 착각이겠지만....내가 이걸 왜 다닌다고 해서 이 고생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얼마전 대학원 사무실에서 온 어이없는 전화는 내가 수석입학이라서 장학금을 더 준다고 하더라. 무슨 기준으로 내가 수석입학인지 모르겠지만..아마 자교생에 이런 저런 타이틀을 얹혀서 줬을 것이다. 어쨌든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석입학이라는 것도 해보았지만...대학원을 왜 다닌다고 했는지...후회된다. 아니 그냥 회사 다니면서 대학원 다닌다는게 내가 생각했던거보다 쉽지 않다.


2. 회사

 좋은 회사다. 다니면 다닐수록 느껴지지만 옮기고싶다. 그냥 이유는 일이 지겹다. 재미도 없고...무슨 재미로 회사를 다니겠냐만...그냥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엄청 하찮게 느껴진다. 남들은 대단한 일 하는데..나만 맨날 이런일 하는거 같고.....답이 없다 이건. 싫으면 사업해서 독립하던가 아니면 이직을 해야하는데...그래서 오늘 오전에도 하나 썼다. 간절하지 않아서 자꾸 떨어지는지 몰라도..그냥 항상 이직에 대한 관심은 언제든지 높은 상태이다. 그리고 우리 팀장이 싫은건 항상 똑같지만 놀라운건 끝을 모르고 계속해서 싫어진다는 것이다. 엔트로피였나? 대학 때 철학시간에 배웠던거 같은데..아무튼 그냥 끝이 없다. 얼마전 출장을 다녀오면서 그 사람과 3일 연속으로 붙어있다가 헤어지자마자 한 행동이 클래식을 듣는 것이었다. 클래식을 들으면서 유튜브에 "마음이 편해지는 호흡법"을 검색해서 그대로 숨을 따라쉬며 집에 돌아오는 나를 발견한다. 그 사람도 내가 싫을 것이다. 그 사람 연차에..그 나이에..나같은 애를 바로 밑에 직원이라고 두고 나보다 더 어린 애들 잔뜩 데리고 회사에서 일하는게 쉽지 않겠지만...어쩌겠냐..이건 그냥...버티는 싸움인 것을....회사가 더 간절한 사람이 이기는 것일텐데...


 장모님이 많이 아프시다. 항암치료도 하고 계시기 때문에 내 와이프는 몇 달째 장모님만을 위한 삶을 살고있다. 대한민국에서 딸이라는 존재의 특수성에 대해서 느끼게 된다. 아들도 있고, 며느리도 있고 심지어 사위인 나도 있다. 하지만 주된 간호는 내 와이프이다...힘든 일상에 불평도 잘 안하는 와이프가 어제는 본인 힘든점을 나한테 얘기하는데...정말이지 와이프가 집에 왔을 때 만이라도 편히 쉴 수 있는 집을 만들어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대체휴무인 오늘을 이용해 집안일을 열심히 하고 아침에 자동차 점검도 받아뒀다. 독감예방주사를 맞으라는 말에 병원도 갔지만..백신이 떨어져서 못맞았다.


 이제 결혼생활도 6년을 향해 달려가고 나이도 서른 중반에 다다르면서...평범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감사함인지 느끼게된다. 솔직히 이런걸 감사함으로 느껴야해?? 이렇게 작은 만족을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 시절 내 마음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각자 그 시점에 맞는 행복이 있는 것 같다. 요즘 내가 느끼는 행복은 부모님들 건강하시고, 내가 경제적으로 도움 안드려도 되면서 정말 나만 잘 버티고 있으면 우리 집에 아무 문제 없는 그런 상황이 계속되는게 최고의 행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친구들 만나서 술 왕창 마시고 재미있게 놀고 싶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어리석은 내 자신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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