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천국 #심장 #라라크루
나는 수술대에 누워 있다.
내 주위에는 5~6여 명의 의료진들의 손길이 바쁘다.
그들이 나누는 일상의 대화가 들린다.
수술실 안에서 사는 사람들이나, 수술실 밖에서 사는 사람들이나 사람 사는 이야기는 비슷하다~
이 시술의 가장 크게 아픈 시기는 손목에 국소 마취 주사를 놓는 시간이고, 이후에는 아픔이 없다고 한다.
이제 마취가 된것 같다. 요골 동맥을 통해 카테터가 들어온다.
(나는 심혈관조영술(CAG, Cardiac Angiography)을 받고 있는 중이다)
담당 의사는 이 분야에서 전국에서 유명한 선생님이셨고, 편안하게 대화를 하며 다른 의료진들을 리드하며, 능숙한 손놀림으로 나의 동맥 혈관에 카테터를 슥~삭~슥~삭~ 손을 바쁘게 움직이며 내 혈관을 항해하고 있었다.
'저렇게 빨리 움직여도 내 동맥은 안전할까?? 왜 국소마취로 할까?? 카테터가 내 혈관을 지날 때 아프지 않을까? 심장에 가까워지면 어떤 느낌일까?'
등등 여러 생각을 하면서 나도 내 옆의 모니터를 보면서 내 심장과 혈관 상태를 보고 있었다.
'인체의 신비는 언제 보아도 신기하고 재밌다' 하면서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고 말소리가 급박해지면서 의료진이 바쁘게 움직인다.
한 의사가 갑자기 달려와서 내 가슴에 심폐 소생술을 한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왜 소생술을 하지??'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의식을 잃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다.
침대에 누워져 있던 몸은 90도 가까이 일으켜지며 매우매우 큰 소리를 지르며 놀라 깨어났다.
내 눈앞에 여러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다.
누군지 모르겠다. 여기는 어디지?? 이 사람들은 왜 있지??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며 괜찮다고 괜찮다고 달래주는 소리가 들린다.
얼마 안 되어 뉴런 세포들의 화학활동이 일어났고, 이제야 여기가 어딘지, 그들이 누구인지, 내가 여기 왜 누웠는지 알게 되었다.
시술 중 심정지가 왔었다고, 그래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고,
심장이 안 뛰어서 제세동기로 충격을 주었고, 그 후에 내가 일어났다고 한다.
심정지와 의식을 잃어버리는 시간 사이에 약간의 간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심장이 뛰어도 상황을 인식하는 데에도 시간 사이의 간격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조그만 간격이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을 구분하기도 하고, 생과 사를 나누고, 의식과 무의식을 나눈다.
이 간격 길이가 얼마나 짧고 긴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는것 같다.
이후 약 10여분 사시나무 떨듯이 온몸이 떨렸다. 정말이지 미치도록 추웠다;
1분 정도라고 말해주었지만, 그 시간이 이렇게 춥고 차가울 수 없다.
그렇게 나는 다시 살아났다. 기적처럼 두번째 생명이 주어졌다.
아마도 살면서 다시 경험해 볼 수 없는 순간을 경험했다.
"환자분, 잠깐 다녀오셨어요~~ 갈비뼈에 금이 갔을 수도 있고, 제세동기로 가슴 피부에 화상이 있을 수도 있으니 나중에 아프면 X-ray도 찍고 병동 간호사에게 수시로 얘기해 주세요"
아~ 내가 잠깐 다녀왔구나..
이쪽 세상에서 저쪽 세상으로 잠깐 다녀왔구나~
나는 수술실을 벗어나지 못한채 2시간 가량 심전도/심박 측정 홀터를 보면서 있었다.
이곳에서의 2시간은 나의 삶을 새로운 방향으로 걸어가게끔 만들어 준 시간이 되었다.
1분간 잠깐 다녀온 저쪽 세상에서, 1분보다 더욱 길게 살 이쪽 세상에서 살아갈 지혜를 주었다.
마지막 내용은 3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