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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필립 Oct 03. 2024

정치인이 원하는 대중은 누구인가?

’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가 말하는 대중

오늘날 정치인들이 말하는 "대중"이라는 단어는 친숙하면서도 매우 미묘한 함정을 담고 있다. 이들은 흔히 "대중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주장하며, "대중을 위한 정치"를 외친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정치인들이 정말로 대변하고자 하는 그 "대중"이란 누구인가? 그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대중은 단순히 국민 다수의 의사를 반영하는 집단일까? 아니면 그들이 내세우는 "대중"이야말로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가 비판했던 바로 그 대중일까?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그의 저서 *대중의 반역*에서 대중을 비판하며, 이들이 비판적 사고와 자율성을 잃고 무리 속에서 맹목적으로 움직이는 집단이라고 정의했다. 그가 경고한 대중은 쉽게 선동되고, 자기 주도적인 성찰 없이 사회적, 정치적 흐름에 휩쓸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대중은 사회에 혁신과 창의성을 가져오지 않으며, 오히려 기성질서를 공고히 하는 데 일조한다. 이들이 자신의 자율성을 포기할 때, 진정한 자유와 개인의 가치는 사라지고 만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대중"은 사실상 오르테가가 경고했던 그 대중에 가깝다. 이들은 대중을 그저 수동적인 존재로 간주하며, 자신의 정책과 이념을 주입하는 데 있어 최적의 대상으로 삼는다. 정치인들은 대중을 '민주주의의 주체'로 칭송하지만, 그 실상은 대중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쉽게 조종 가능한 무리로 보는 것이다. 이들은 대중이 스스로 사고하지 않기를 바란다. 비판적 사고나 독립적 판단이 아닌, 단순하고 직관적인 메시지에 반응하는 대중을 원한다. 정치인의 구호와 약속은 그들에게 있어 대중을 단순화하고, 그들의 복잡한 감정과 욕망을 선명하고 간단한 목표로 치환하는 도구일 뿐이다.


결국, 정치인들이 대중을 외칠 때, 그들이 바라는 것은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개인들의 집합이 아니라, 집단적 사고와 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의도에 순응하는 무리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대중의 힘"은 사실상 특정한 이익과 권력을 위해 동원될 수 있는 대중의 취약함에 불과하다.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가 경고했던 대중은 오늘날 정치인들이 원하는 바로 그 대중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깊이 있는 성찰을 하지 않는, 단순하고 선동에 휘둘리기 쉬운 대중. 정치인들은 이런 대중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고, 그들의 이념을 퍼뜨리며, 마침내 사회 전체를 그들의 뜻대로 움직이려 한다. 이제 우리는 물어야 한다. 우리가 정말로 그런 대중이 될 것인가? 아니면 비판적 사고와 자율성을 지닌 개인으로서, 정치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추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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