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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가족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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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사랑 Dec 12. 2023

거울

거울 속 나와 눈을 마주칠 시간이 없다

출근 전 거울을 본다. 씻기 전, 양치를 하면서, 머리를 말리며. 거울 속 나와 눈을 마주칠 시간은 없다. 그저 지금 내 상태만 바라볼 뿐. 얼굴에 뭐가 묻었는지, 내가 입은 옷이 잘 어울리는지, 상태를 살필 때 반드시 필요하다. 옷을 구입할 때 거울이 없으면 특히 불편한 건 나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보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외적인 맵시 나 모양새를 보기 위해 분 단위로 거울을 보는 사람이 있듯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오늘 글을 쓰기 위해 거울을 본다. 씻기 전, 왼쪽 눈썹 위 빨간 뾰루지가 눈에 띄었다. 어제는 한 개였는데 두 개가 되었다. 퇴근 무렵 안경을 벗으며 스치듯 아팠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것 때문이었구나. 얼굴에 난 뾰루지는 몸 상태를 나타낸다고 하는데 어디가 안 좋지. 거울 앞에서 혼잣말을 했다. 이마 뾰루지는 스트레스와 소화 문제이니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생활패턴이 필요하다고. 건조한 날씨 탓에 입술과 피부 보습에 신경을 쓴다. 립스틱을 바르기 전 립밤을 바르고, 저녁에 팩을 붙인다. 거울 보는 횟수가 늘었다. 역시 자기 관리에는 거울만큼 좋은 게 없다.


며칠 전 <나와 너, 균형 대화법> 이란 영상을 보았다. 마음에 없는 소리가 입 밖으로 나가는 요즘, 거울을 보고 화를 내는 건 어떨까. 과연 내 얼굴을 보고 나에게 화를 낼 수 있을까. 말을 한 후 수습이 안 되어 나를 자책하고 기분이 가라앉곤 했다.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찾던 중 혼잣말 훈련을 알게 되었다. 평소 속으로, 혼잣말로 해결방안이 있는 생각을 키우다 보면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화를 조절하는 힘이 생긴다고. 화가 나면 거울 앞에서 이야기하기라는 규칙을 세워본다.


힘들다, 못 살겠다,라는 말을 사람들이 쉽게 한다. 그런 마음이 들어도 마음속에 꽁꽁 숨겨둔다면 절대 늪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뇌는 우리가 말한 대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일상 속에 재미난 장치를 만들어 놓는다면 조금은 여유 있게 그 순간을 모면할 수 있지 않을까. 아침에 눈 뜨면 안아주기, 출퇴근 인사로 안아주기 등 가족끼리 스킨십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처음 아들은 신혼이냐며 가재 눈을 뜨더니 이제는 아빠가 출근할 때 문 앞에 나가 자연스레 아빠를 안아준다. 안고 안기는 사이에 가족은 두터워진다.


자식에게 부모는 거울이다. 자녀가 크니 앞에서 마음대로 화를 낼 수가 없다. 어려운 상황을 이겨낸 부모의 뒷모습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친정부모 덕분에 배웠다. 자식이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길 바란다면. 옷맵시를 다듬듯 부부간에 예절을 지키는 건 어떨까. 존중하는 가운데 불화는 있을 수 없다. 처음부터 행복한 부부도 없다. 꾸준히 노력하고 배려하고 희생한다면 분명 좋은 날은 오지 않을까. 아직 남편과 맞춰나가야 할 게 많지만 희망을 안고 한걸음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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