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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는 봤나, '신경다양성' 채용?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7기 김다원


품질과 사회적 가치 둘 다 잡은 ‘사기캐’ IT기업이 있다?


 테스트웍스는 AI(인공지능) 학습 데이터셋을 구축하여 여러 기업에 제공하는 인공지능 데이터 전문 스타트업이다. 지난해에만 약 49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2015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테스트웍스가 누적 가공한 데이터 수는 약 3300만 건에 달한다. 이 기업이 특별한 이유는 취업 시장에서 오랜 시간 소외되었던 ‘비주류’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여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스트웍스는 전체 직원 가운데 장애인 직원의 비중이 약 20%를 차지한다. 이 중에서도 자폐성 장애인 직원들은 모두 비장애인 직원들과 동일한 AI 데이터 가공 업무를 맡고 있다. 교육 과정을 거쳐 자격을 취득한 자폐성 장애인 직원들의 데이터 처리 역량은 비장애인의 수준을 웃돈다. 


 시행착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자격증을 통해 일반인 이상의 데이터 처리 역량은 인정받았지만 장애인 직원들이 해야 할 업무를 생략하고 결과물을 제출해버리거나 집중하지 못해 실수를 범하는 일이 잦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테스트웍스는 품질관리 프로세스 전체를 재정비했다. 내부 검수 과정을 2번으로 늘리고, 고객사와의 소통 창구는 자폐성 장애인 직원들이 가진 소통 역량의 한계를 고려해 한 명의 직원으로 단일화했다. 이때, 고도화된 검수 과정과 고객 응대 업무에 참여하는 매니저들로는 경력 단절 여성들을 채용해 배치했다. 데이터에 대한 감각과 업무 정확성을 갖춘 장애인 직원들과, 강한 인내력과 사회적 소통능력을 겸비한 경력 단절 여성 직원들은 하나의 팀으로 일하며 상생의 효과를 창출해냈다. 그 결과, 고객군은 SK 등의 대기업부터 공공기관에 이르기까지, 50여 개의 단체로 확대됐다. 프로젝트 단가도 빠른 시간 내에 급성장했다. 3년 전 첫 데이터 가공 업무 때와 비교하면 1인 작업자의 인건비는 무려 3배가량 상승했다.


테스트웍스 검수 프로세스 (출처: DBR)

https://dbr.donga.com/article/view/1201/article_no/9541


그저 착하기만 한 게 아니라, 현명한 겁니다


 혹자는 테스트웍스의 가치를 ‘착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찾는다. 모두가 함께하는 미래를 위해 기업의 단기적 이익 측면에서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맥락에서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물론,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 그것도 품질 경쟁에서 도태되면 살아남지 못하는 경쟁적인 데이터 업계의 기업이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포용적 고용 정책을 펼쳤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테스트웍스의 진정한 가치는  ‘who’만큼이나 탁월했던 ‘how’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테스트웍스는 사회적 신념을 단순히 미션으로 내거는 데에 그치지 않고 성공으로 증명해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효율에 기반한 지극히 냉철한 분석과 공격적인 실행이 있었다.


1)    신경다양성*이라는 트렌드에 대한 해외 업계의 인사이트를 빠르게 포착하고 적용시켰다. MS나 SAP,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 등의 글로벌 혁신기업들은 이미 자폐성 장애인을 IT 테스터 등으로 채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이미 벤치마킹할 수 있는 성공 사례가 어느 정도 확보된 상황에서의 논리적인 시도였다.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다양한 신경질환을 정상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운동.

“Neurodiversity is a concept where neurological differences are to be recognized and respected as any other human variation. These differences can include those labeled with Dyspraxia, Dyslexia,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Dyscalculia, Autistic Spectrum, Tourette Syndrome, and others.” 

(출처: https://neurodiversitysymposium.wordpress.com/what-is-neurodiversity/)


2)    과감한 ‘취사선택’이 탁월한 결정이었다. 기업 내 인재들을 제너럴리스트로 육성하고자 하는 생각을 미련 없이 버렸다. 각자의 특장점만을 골라 극대화시키는 선택과 집중이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테스트웍스의 사업 범주가 데이터 가공이라는 상대적으로 기술적인 영역으로 한정되어 있는 만큼, 이러한 '취사선택'의 성공 논리가 다른 직군에도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논의해 볼 필요가 있겠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각자 조금씩 다른 형태의 재능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유전적 배경과 성장 환경이 모두 다르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테스트웍스처럼 직원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특성을 파악하고 치밀한 전략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고용을 실현시키는 사례가 많아졌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게재되었던 ‘신경다양성을 경쟁력으로*’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혁신을 위해서는 ‘비주류’로 구분되는 인재들과 아이디어를 포용해 조직의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

*https://hbr.org/2017/05/neurodiversity-as-a-competitive-advantage


연세대 경영 김다원

dawon15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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