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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GOAT'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8기 여석원


어쩌면 뻔한 시작 


    당신은 짝퉁을 사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있다. 사실 비슷한 경험이 없어도 정품인 줄 알고 산 물건이 알고 보니 짝퉁일 때의 기분을 여러분은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필자의 경우는 3만원 정도 하는 티셔츠라서 별 다른 대응을 하진 않았지만, 만약 수십 만원을 호가하는 한정판 신발이었다면 분명 좋게 넘어가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소개할 회사의 공동창업자인 다이신 스가노는 정확히 그런 일을 겪었다. 그는 2012년에 조던 5 브레드 모델을 200달러 주고 인터넷을 통해 구입했다. 하지만 물건을 받고 살펴본 결과 틀림 없는 가품이었다. 어쩌면 뻔한 이야기지만, 이에 대해 분노한 그는 결국 한정판 신발 거래 플랫폼인 GOAT를 설립하게 된다.

가품 신발은 사지도 팔지도 맙시다 [ 출처: Hypebeast ]



그래서 뭐가 그렇게 특별한데?

                    

    당연하게도 GOAT는 다른 한정판 신발 거래 플랫폼인 StockX나 Kream과 마찬가지로 가품 구입에 대한 소비자들의 걱정을 해결하였다. 하지만 GOAT는 거기서 더 나아가 기존의 한정판 신발 거래 플랫폼들이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던 한계를 극복하였다. 그들은 신발의 정가품 판별에 AI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검품의 정확성을 높임과 동시에 그 시간을 비약적으로 단축시켰다. 국내 업체인 KREAM의 경우 신발 정가품 판별 작업의 100%가 수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작업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늦은 배송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StockX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사람이 일일이 검수하는 시스템에서 시작했다. 물론 최근에는 뒤늦게 AI 기술의 활용 비중을 늘려가고 있지만, 이는 GOAT의 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아직 GOAT와 같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KREAM 쇼룸의 모습 [ 출처: KREAM ]


    반면 GOAT는 이미 설립 때부터 AI 기술을 활용한 신발 정가품 판정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현재는 400명의 직원 중에 약 70명 가량이 개발자 인력과 데이터 과학자들이다. 이들이 만든 GOAT의 정가품 판별 시스템은 아마존 웹 서비스(AWS) 상에 있는 GPU를 통해 딥러닝을 진행한다. 정품이라고 판명된 신발들의 무수히 많은 사진을 가지고 그 신발들의 색상, 실루엣, 패턴, 재질, 밑창의 유연성, 고무의 경도 등 수 많은 데이터 포인트를 설정한다. 그 후 이를 데이터베이스화 하여 반복적으로 학습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GOAT의 시스템은 판매자들이 업로드한 제품의 사진을 컴퓨터 비전과 머신러닝으로 분석하여 해당 신발의 정가품 여부를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한다. 

GOAT의 머신 러닝 매커니즘  [ 출처: Kdnuggets ]

             

     GOAT가 가진 이런 시스템과 같이, AI를 통해서 진품을 감정하는 서비스의 정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아직까지 GOAT 측에서 제시한 정확한 수치가 없기에, 같은 방식의 알고리즘을 사용하며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Entrupy의 사례를 통해 AI를 이용한 정가품 판별이 현재 어느 정도로 정확한지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GOAT가 신발의 정가품 여부를 판별하는 서비스인데 반해, Entrupy는 명품 가방의 정가품 여부를 판별하는 서비스이다. GOAT와 마찬가지로 Entrupy의 시스템은 명품 가방의 수 많은 사진들을 가지고 머신 러닝을 한 후, 의뢰된 제품의 정가품 여부을 가려낸다. Entrupy가 가진 이러한 시스템은 98%의 정확도를 자랑하며 15초 내로 해당 가방이 진품인지 가품인지에 대한 판별을 완료한다.

Entrupy의 사용 예시 [ 출처:IT World ]



무한한 확장 가능성

                    

    이렇듯 AI를 통한 진품 감정 기술은 우리의 생각보다 놀랍게도 정확하고 빠르다. 현재는 GOAT나 Entrupy와 같이 특정 물품에 특화된 플랫폼들에서만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많은 분야에서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모든 무역 거래의 2.5%인 600조원 가량의 가품이 매해 시장에서 유통되는데, 이로 인해 각종 브랜드들과 전자 상거래 업체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과 알리바바와 같은 대형 인터넷 상거래 업체들은 이미 이 분야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어서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10년 후에는 생산자들의 지적 재산권이 침해 받지 않고 구매자들이 안심하고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연세대 경영 여석원

ysw110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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