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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린하게, 오늘수거 오네가이시마스!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9기 박준현


기왕이면 스타트업!

출처: ppss.kr


필자는 이번 주제의 범위를 조금 더 좁혀보기로 결정했다. 주제에서 묻는 것은 '기업' 이라는 광범위한 개념이었는데, 좀 더 내로우하게 대상을 정해보고자 '스타트업'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그냥 단순히 스타트업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고, 나름 나만의 이유가 존재한다. 대기업으로 생각하기엔 과연 이들이 진출하지 않은 곳이 어딘지 모르겠고, 대자본마저 뚫지 못한 곳은 모종의 강력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스타트업이라면 여러가지 장벽 덕분에 오히려 더 컴팩트하게 근거와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아무 스타트업이라면 다 가능할까? 놉! 방대한 아이디어의 홍수 속에서 수많은 스타트업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내가 찾는 스타트업은 꼭 MVP가 빠르게 검증가능해야 했다. 그말을 바꿔말하면 초기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비교적 저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시장에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마케팅도 화려하게 하는 등의 초기 비용이 최대한 절약되는 스타트업이어야 했다. 그렇게 내가 결정한 스타트업은 바로 올인원 쓰레기 배출 서비스 [오늘 수거]다. 



오늘 수거는 뭐하는 곳인데?

출처: 오늘 수거 홈페이지


오늘 수거는 '모든 종류의 폐기물을 한번에 배출하는 월정액 서비스'라고 스스로 소개하고 있다. 오늘 수거는 75리터 정도의 폐기물 박스에 쓰레기를 담아 문밖에 놓으면 수거해가는 쓰레기 배출 서비스다. 이 스타트업은 우리나라라는 특수성 이전에 보편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니즈를 해결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국경에 상관없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출처: 오늘 수거 홈페이지

오늘 수거는 홈페이지에서 "자신들의 사업이 환경 보호에 아주 드라마틱한 효과를 주지 않는다. 대신 우리의 수익 중 일부를 가장 효율적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단체에게 기부하겠다"고 성찰할 만큼 솔직한 회사다.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과 프로세스도 저 표현만큼 솔직하고 담백하다. 오늘 수거의 이용 금액은 비교적 부담이 크지 않은 가격대에 형성되어 있다. 이마저도 4회까지 무료 체험을 제공하면서 생소한 서비스를 처음 접해보는 소비자의 부담을 최소화해주고 있다. 기본 결제 방식도 아주 간결하고 말 그대로 '린'하다.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어플리케이션 설치 없이 모바일 웹페이지에서 진행되며 카카오 플러스 채널로 전달받은 계좌번호로 간편히 송금하면 된다. 이런 시스템이라면 해외 진출시에도 얼마든지 빠르게 수요를 체크하고 초기 고객군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수거를 롯폰기로!

일본의 수도권 아파트 밀집 지역


아직 우리나라에서도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한정적으로 운영중인 오늘 수거라서 해외로 눈을 돌려도 어느 국가라도 진출할 수 있다. 

그중에서 내가 선택한 국가는 바로 일본이다. 엥?! 일본은 누구보다 깔끔한 국가 아냐? 대체 왜 올인원 쓰레기 배출 서비스가 청결하면 떠오르는 일본에 진출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필자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높은 인구 밀집도

인구 밀도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국가답게 일본은 높은 인구 밀도를 자랑한다. OECD 국가 중 4위에 위치한 일본은 그만큼의 폐기물도 많이 배출하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세계 도시폐기물(municipal solid waste) 발생량 순위에서 4천 3백만 미터톤을 기록하며 9위정도에 위치해있다. 인구 밀도가 높아 자체 매립지역도 부족하다보니 일본 정부에서도 늘어나는 폐기물을 재활용하거나 산업화하는데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구가 밀집된 도쿄 등지에서 얼마든지 빠르게 수요를 검증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깨끗한 길거리의 역설

과거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 중 가장 대표적인 내용이 바로 일본의 깨끗한 길거리다. 길거리가 깨끗한 것은 그만큼 쓰레기 처리할 곳이 많기 때문일까? 서울시가 더욱 효율적인 종량 배출을 위해 1995년부터 쓰레기통을 길거리에서 없앤 것처럼 일본도 길거리에서 쓰레기통의 모습을 점차 없앴다. (물론 일본에선 옴진리교 가스사건과 같이 테러물품을 숨기는 용도를 차단하기 위함이 더 크다.) 사람들은 점점 길거리에서 버릴 쓰레기를 집으로 가져가야 했고 결국 공공에서 맡은 쓰레기량보다도 가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가 많아지게됐다. 하지만 오늘 수거에겐 오히려 호재다. 가정에서 매년 감당이 쉽지않은 쓰레기를 오늘 수거가 담당하면 된다.


귀찮은 분리수거, 대신 처리해드립니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일본은 매립지역이 철저히 부족하다. 그래서 쓰레기를 소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위해 분리수거를 아주 까다롭게 지키고 있다. 사코쿠 지방에선 심지어 마흔네가지로 쓰레기를 분류한다. 일본에선 쓰레기를 연소 가능 여부에 따라 크게 구분하고 그 안에서도 종류 별로 배출해야하는 날도 다르다. 지역의 차이도 존재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복잡하다. 아무리 규칙을 잘 지키는 일본인이라 할지라도 이런 부분에서의 페인포인트는 존재할 것이다. 오늘 수거가 이러한 페인포인트를 제대로 겨냥할 수 있다. 분리수거의 귀찮은 페인포인트를 건드려 초기 고객의 수요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 


재활용률까지 두마리 토끼를 잡자

일본의 또 다른 쓰레기 관련 문제라면 턱없이 부족한 재활용률이 있겠다. 19%의 재활용률로 OECD 국가중 32위에 머무를 정도로 일본이 가진 이미지에 비해 낮은 재활용률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는 일본의 쓰레기 배출 방식에서 기인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와 함께 배출하다보니 모두 함께 소각된다. 그래서 일본 정부도 정책적으로 라벨지 분리 등의 노력을 가하고 있다. 오늘 수거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도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만을 배출하는 것이 기존 일본의 배출 방식보다 위생적으로 청결하다는 것을 강조한다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또한 오늘 수거가 강조하는 부분이 낮은 재활용률의 증가를 본인들이 기여하겠다는 점이기 때문에 유관기관과도 좋은 협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일이 궁금한 회사, 오늘 수거!

출처: 오늘 수거 홈페이지

아직 오늘 수거는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국내에서도 쓰레기 배출이 여의치 않은 오피스텔 밀집 지역인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만 운영중이다. 그만큼 아직 국내에서의 인지도 증가가 우선인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지난 1학기, 학회 알럼님 세션에서 보고 워낙 깊은 인상을 받았고, 분리수거가 잘 되어 있는 아파트에 거주하면서도 한번쯤 고객이 되어볼까 고민하게 한 서비스였다. 아직은 해외에 진출할 계획이 없겠지만, [오늘의 분리수거]같은 비슷한 쓰레기 배출 스타트업보다 우리 지역에만 있다면 접근하기 훨씬 용이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염원을 담아 저널을 작성해보았다. 


연세대 영어영문 박준현

juunyeon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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