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30th BITor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독서모임 커뮤니티 트레바리, 일본은 어때?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9기 윤가원




독서모임을 돈을 내고 한다고?


  여기, 사람들이 돈을 내고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주제에 대해 대화하며 친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창업 7년 차, 독서 커뮤니티 플랫폼 트레바리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트레바리는 요금을 내고 클럽에 가입하면, 정기적인 독서모임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이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꿈을 찾아서 여행을 떠나요>


  그렇다면 트레바리와 함께하는 독서 모임의 과정을 살펴보자. 우선 자신의 취향에 맞는 클럽을 골라 가입하면 독서 모임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요금은 시즌별로 지불하며, 클럽장의 여부에 따라 가격이 상이하다. 이때, 클럽장은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 모임에서의 논의를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를 비롯해 신기주 에스콰이어 편집장,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 등 분야의 유명인사들도 트레바리에서 클럽장으로 활동했다. 클럽장과는 또 다르게 파트너가 존재하는데, 파트너는 모임을 조정하고, 총무 역할을 하는 등 전반적인 모임 진행을 돕는다. 가입은 비교적 간편하지만, 독서 모임에 참여하기란 쉽지만은 않다. 선정된 책에 대해 독후감을 써야만 참여할 수 있고, 늦어서도 안 된다.


출처: 미디어 오늘 / 트레바리 홈페이지


  또, 트레바리는 오프라인 모임을 위한 장소인 '아지트'를 제공한다. 현재는 안국과 강남에 아지트가 마련되어 있어. 비즈니스 초기에는 무료 공간을 대여하여 제공해주었으나, 이제는 분위기 있는 트레바리만의 장소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트레바리가 전달하려는 가치는 확실하다.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 즉, 독서, 그리고 오프라인에서의 만남과 관계 형성이다.




해외 진출이 필요해?


  트레바리의 성장세를 살펴보면 지금 당장 해외 진출에 대해 논할 단계는 아닐 수도 있다. 2015년 설립 이후, 빠르게 성장해 2019년 하반기 340여 개의 클럽과 5600여 명의 멤버를 모으는 데 성공했지만, 오프라인 모임을 강조한 만큼 코로나 19의 영향을 피해 가긴 어려웠기에 현재는 다소 주춤한 모양새이다.

 

출처: 동아 비즈니스 리뷰


  그렇기에 앞으로 국내에서 입지를 조금 더 키워 유니콘 기업 정도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만의 성장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시장 자체의 확장과 이용자 확보에는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독서에 전혀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 유료로 독서 모임을 나오게 만들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독서에 의지가 있는 '해외의' 사람이 유료로 독서 모임을 나오게 만드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래에 더 큰 범위로의 진출을 위해, 지금부터 그 기반을 닦아놓는 것도 좋지 않을까 제안하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19가 조금 잠잠해지고 오프라인 모임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다면,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오프라인 모임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일 것이다. 이 물살을 타고 고공행진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그 기틀을 하나씩 마련해나가는 것이 좋겠다.




일본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


  사실 확장성을 생각한다면 영어를 사용하는 영어권의 국가로 진출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본인 역시 처음에는 영미권 국가로의 진출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록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독서모임을 지원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트레바리의 핵심은 "오프라인" "독서" 모임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트레바리에서는 아지트를 제공하고 있다. 아지트를 제공한다는 것이 무슨 말이냐 하면, 고정비인 임대료가 계속해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영미권으로 진출하기에는 고정비용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렇다면 임대료가 발생하지 않도록 온라인 독서모임을 진행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은 트레바리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독서 모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해치면서 이루는 해외 진출은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영미권에는 온라인 북클럽이 상당수 진행되는 중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또 하나의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물론 여러 조건들을 뒤로하고 확장 가능성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영미권으로의 진출이 적절하겠지만, 본인은 그전에 일본에서 이 비즈니스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확인하며, 동시에 이후 영미권으로 진출하더라도 임대료로 발생하는 고정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몸집을 불려놓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다면 영미권이 아닌 여러 다른 나라들 중 왜 일본일까? 우선 진출하기 적합한 국가로 선정할 때 고려해야 할 네 가지 조건을 마련해봤다. 1) 독서량은 적으면서 2) 지적 욕구는 있고 3) 오프라인 모임에 대해 익숙하며, 적극적이어야 하고 4) 아지트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의, 한국과 비슷한 임대료를 가진 국가여야 했다. 트레바리는 독서에 대한 '의지'를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독서량이 많은 국가에서는 이런 의지를 굳이 돈을 주고 구매하지 않는다. 스웨덴, 독일 등 독서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경우, 이미 자발적으로 독서모임을 가지고, 이를 위한 도서관 같은 장소도 충분하기 때문에 독서 모임을 위해 큰 돈을 지불할 용의가 적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독서량이 적은 국가를 우선적으로 선별했다. 이후 오프라인으로 만나 지적 교류를 하는 것에 충분한 니즈가 있어야 자발적으로 클럽에 가입 신청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 일련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는 무시할 수 없는 임대료를 고려하기로 했다.


  일본의 독서량은 2019년 기준, 세계 30개 국가 중 3시간 6분으로 30위인 한국 다음으로, 4시간 6분으로 29위를 차지하며 한국과 유사하게 압도적인 하위권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러 가지 독서 모임 방식도 개발하고, 비블리오 배틀이라고 하는 지적 서평 대결도 진행하는 등 한때 독서 강국이었던 만큼 독서를 통해 지적 욕구를 채우고자 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이고 있다. 또, 일본에 진출하게 된다면 트레바리의 경쟁상대가 될 수도 있는 'Read for Action' (기존 일본의 유명한 북클럽) 을 통해 오프라인 모임에 대한 갈망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임대료 측면에서도, 한국의 오피스 임대료는 서울 기준 평당 74,000원 즉 244,628/㎡ 이고, 일본의 오피스 임대료는 도쿄 기준 평당 21,045엔 즉 223,834/㎡ 로, 유사한 수준이다. (참고로 뉴욕 맨해튼의 경우 최대폭으로 하락한 임대료가 평방피트당 367달러, 즉 4,677,220/㎡ 이다.) (코로나19 이전의 핫한 스트리트의 경우 평방미터당 연간 평균 임대료는 뉴욕 맨해튼 $21,295, 서울 명동 $8,163, 도쿄 긴자 $11,838이며, 추가적으로 홍콩 $25,965, 런던 $16,222, 파리 $13,922, 밀라노 $13,700 이다.) 




이왕이면 잘해보자


  트레바리가 일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말했듯, 일본에는 이미 Read for Action이라는 일본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독서 모임이 있다. Read for Action은 2011년 9월 같은 해의 대지진으로 일본 사회 전체가 흔들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시대를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갈 필요성을 느꼈고, 그 한 걸음을 함께 갈 사람들을 연결해 지식을 공유하는 소셜 리딩 커뮤니티로 등장했다. (Read for Action 홈페이지 발췌) 현재는 기획자, 서포터로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주최자의 결정에 따라 참가비를 지불하는 형태이다. Read for Action만의 차별성은 '책을 읽고 오지 않아도 되는' 독서 모임이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을 시간은 없지만 지적인 교류는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책을 읽고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책과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니고, 책에 대해 간략히 설명 후 '논의'에 보다 집중하는 방식이다.


Read for Action 홈페이지 로고



  이에 대해 트레바리가 강조할 수 있는 차별점은 다음과 같다. 이를 통해 자사 경쟁력을 강화하여, 경쟁 우위를 점한다면 트레바리의 일본 진출은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1. 책을 읽기 위한 의지를 구매하는 것.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Read for Action과 다르게 트레바리는 독후감을 통해 책을 꼭 읽어야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Read for Action은 모임에서의 대화가 주된 목적이라면, 트레바리는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돈을 내는 목적 중 하나라는 것이다. 즉, 책을 잘 읽지 않는 현대 사회에서 책을 읽고자 하는 의지를 팔고 있는 것이다.


2. 아지트 마련


트레바리는 아지트를 운영한다는 것이 하나의 큰 매력이었다. 보다 힙하고 분위기 있는 트레바리만의 아지트는 단순히 안정적이고 쾌적한 모임 장소를 넘어 또 하나의 경험을 선사하는 부가가치로도 작용한다. 특히, 일본의 여러 지역 별로 가지고 있는 특색과 풍경을 살려 고유의 분위기를 형성한다면 트레바리의 매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3. 체계화되고 정기적인 클럽 개최


주최자의 뜻에 따라 변화하는 비용과 모임 주기, 주제의 변동성은 안정적인 독서 모임을 진행하는 것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이에 반해, 파트너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클럽 시스템은  클럽 회원들에게 신뢰를 확보하고 더욱 쾌적한 이용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트레바리의 타겟 고객은 단순히 비정기적인 친목 모임을 기대하기보다는, 정기적인 지식 교류의 장을 통해 자신의 독서 습관을 기르고 성장하기를 바란다. 체계적인 트레바리의 시스템은 이런 그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4. 클럽장 시스템


Read for Action 역시 기획자로 전문가를 양성하고자 하고 있지만, 트레바리도 클럽장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 Read for Action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는 기업의 CEO 등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클럽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내에서와 같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트레바리의 해외 진출이 아직 시기상조일 수는 있다. 하지만 제한된 시장을 넘어 해외로 뻗어 나가기 위해, 또 생각하지도 못했던 성장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잠시 바다 너머로 시선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트레바리에게 또 하나의 좋은 성장 기회가 될 것이다.





연세대 경영 윤가원

kawonoffi@gmail.com

매거진의 이전글 누구보다 린하게, 오늘수거 오네가이시마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