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기 한지영
지금의 내가 꿈꾸는 행복은, 어서 겨울 방학이 되어 따뜻한 이불 속에 앉아 귤을 까 먹으면서 좋아하는 책들을 옆에 쌓아 놓고 읽는 것이다. 내가 쌓아 놓을 책들의 큰 부분을 차지할 소설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소개하고 싶다.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작을 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작품성과 재미를 갖춘 작품들을 쓴다. 한 줄 한 줄 곱씹으며 심오한 의미를 찾아가는 책들은 아니지만, 소설책의 큰 덕목 중 하나인 ‘재미’를 통한 힐링의 역할은 제대로 하는 작품들이다. 특히 이 작가의 추리 소설들은 상당히 ‘사실적이다’, ‘전문적이다’ 라는 호평을 받는 편이다. 줄거리를 풀어가는 과정이나, 반전의 요소는 매우 사실적인 묘사를 바탕으로 하며, 놀라울 만큼 넓은 스펙트럼의 소재를 다룬다.
이처럼 이 작가가 나름의 차별성을 갖게 된 데에는 전기 공학과 출신이라는 배경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본다. 대학 시절 그 분야를 공부하고 졸업 후에도 엔지니어로 몇 년간 일한 경험 덕인지, 물리학자, 수학자, 공학자 등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등장인물들을 비교적 위화감 없이 묘사하고 표현한다. 추리를 하는 과정 역시 비약 없는 논리와 다양한 수학, 과학적 인사이트를 담아 신선하게 풀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성들 덕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 대부분은 흡입력이 강하고 설득력이 높다.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데뷔 초반에는 그의 배경이 많이 묻어나는 작품 스타일로 인해 ‘이과계'작가 라고, 일종의 낙인 같은 별명으로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그의 독특한 배경은 소설가로서 그의 역량을 끌어올려 주었고, 그만의 ‘유니크 함'으로 작용하고 있는 걸 보면, 서로 다른 분야들이 내는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당신에게 당장 필요치 않아 보이는 요소도,
언젠가는 독특한 강점이 될 수 있다.
*커버 이미지 출처 - 네이버블로그
글 ∙ 20기 한지영 | 검토 ∙ 18기 기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