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기 조영상
병원에서 발생하는 의료진 폭행 문제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의료인 폭행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특히 예기치 못한 사고나 긴급한 상황에 처한 환자를 다루는 응급실의 경우에는 이러한 폭행 사고가 유난히 잦은 편이며 이는 우리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다.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조사 결과, 영국 공공병원 응급실 연간 이용자가 2,100만 명이 넘고, 매년 59,000건의 물리적 폭력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그 숫자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였다.
응급실의 진료는 선착순이 아닌 환자의 심각성이 순서의 기준인데, 환자마다 자신이 가장 위급하다고 느끼고, 대기 중인 환자는 의료진이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고 오해를 하게 된다. 즉 명확하고 효율적인 안내를 못 받는 상황에서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대기 시간에 대해 불만이 생기고, 이런 불만이 환자의 불안과 고통과 합쳐져 쉽게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게 되는 것이었다.
디자인 사무소 피어슨로이드(PearsonLloyd)의 ‘더 나은 응급실(A Better A&E)’ 프로젝트가 도입되었는데, 간결하게 정리된 응급실 안내 리플렛 배부와 함께 안내판과 색상 구분을 통해 환자가 현재 자신이 어느 단계에 있고, 어떤 상태로 분류되었는지, 또 응급실 내 상황이 얼마나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하였다.
피어슨로이드의 프로젝트를 시범 운영한 결과, 75%의 환자가 대기 시간 동안의 불만이 줄어들었다고 답했으며, 의료진을 위협하는 바디 랭귀지 혹은 행동은 50%, 공격적인 언성은 25% 감소하였다. 비용 측면에서도 효과적인 결과가 도출되었는데, 디자인 투자 비용 £1당 응급실 폭력으로 발생하는 비용 £3가 절감되는 효과를 거두었다.
근본적으로 이 사례의 핵심은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짚어낸 데 있다.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선착순이라는 개념이 적용되지 않고, 환자의 심각성이 기준이다 보니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대기시간이 문제의 원인임을 주목하고, 의료진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일상이라 환자들에게 알리는 데 소홀했던 진료절차와 응급실의 현황 정보를 직관적으로 공유하는 것만으로 많은 것을 이뤄 냈다. 환자들은 더 이상 기다리며 화를 내지 않고, 의료진들은 더욱 안전함을 느끼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였다.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여 본질에 다가설수록 문제를 해결했을 때 극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배울 수 있었던 사례이다.
[참조]
http://designdb.com/dreport/dblogViewColumn.asp?gubun=1&oDm=3&page=1&bbsPKID=21351
글 ∙ 19기 조영상 | 검토 ∙ 18기 김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