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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애 Nov 28. 2024

자식을 낳고, 기른다는 건

엄마가 된다는 것


오늘은 사랑하는 우리 둘째의 생일. 알람소리에 눈이 떠진다. 전날 미리 불려둔 미역과 쇠고기로 미역국을 끓이고, 새하얀 새 밥을 짓는다. 아침잠이 없는 너는 내 옆에서 재잘재잘 거리며, 한껏 흥이 나 있다.


우리 삼 남매의 터울은 모두 15개월 차. 어느 누구도 도와줄 여유가 없어, 아이 셋을 혼자서 끙끙대며 키웠다. 최대한 한 명, 한 명 공평하게 사랑을 주고, 안아주고, 이야기하며 키웠다고 자부하지만, 사실 '엄마의 사랑을 온전히 혼자만 받고 싶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면 한없이 미안하고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이들에게 조금 더 안정적이고 온전한 사랑을 주지 못한 건 아닐까 자책하는 순간이 올 때는, 육아로 몸이 힘든 것보다 마음이 백 배, 천 배 더 힘들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잠을 덜 자도, 내 시간이 없어도, 아이들과 한 번 더 눈을 맞추고, 대화하고, 안아준다. 나는 여전히 아이들을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풍요롭고 따뜻해진다.

막내가 태어나고, 남편이 늦게 귀가할 때면 아이들의 밤 수면 시간은 정말 곤욕이었다. 첫째는 자기 옆에 엄마 누우라고 울고, 둘째는 안으라고 울고, 셋째는 신생아라서 울고, 진퇴양난이었다.

우는 아이들과 함께 나도 어쩌지를 못하고, 같이 펑펑 울기도 하고, 뒤로는 첫째를 업고, 앞으로는 한 팔씩 둘째와 막내를 안고 거실을 몇 바퀴 돌며 눈물로 밤을 지냈다.

그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힘들고 벅차서, 아이들이 클 때까지 어떻게 버틸지 몰랐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시간이 지나면 절대 다시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조금 더 감사하고, 조금 더 사랑하며 그 순간들을 보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랬던 아이들이 어느덧 벌써 중학생이다. 그 시절을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건 알지만, 가끔은 온전히 엄마 품에서 안정을 찾고, 엄마가 우주였던, 하루하루 다르게 성장하던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가끔은 아이들이 더 많은 사랑을 필요로 할 때 내가 그만큼을 해주지 못했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그런 순간마다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고, 혹시 내가 부족한 엄마가 아닐까 자꾸 자책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신기하게도 '괜찮다며, 엄마 잘하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이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듯하다.


어느 날, 떼쓰는 막내와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큰아이가 물었다.

"엄마는 왜 힘들게 아이를 셋이나 낳으셨어요?"

"당연히 너희가 다 보고 싶어서 낳았지. 엄마한테 우리 아가들이 선물처럼 와줬잖아."


아이들이 만들어준 고마운 상장. 둘째 3학년 때 갑자기 내민 고마운 감동의 편지


오늘은 우리 둘째의 외동 데이. 생일을 맞아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을 미리 내고, 롯데월드를 가기로 했다.

"둘째야, 오늘은 온전히 너의 날이야. 엄마 아빠랑 셋이서 최고로 신나게 보내자."

이 세상에 많은 엄마, 아빠들 속에서, 엄마 아빠에게 와줘서 고마워, 우리 딸.


우리 다리를 이메다로 찍어주신. 외동데이 롯데월드.




자식을 낳고, 기른다는 건 하루하루가 기적 같은 순간들의 연속이다. 그 작은 존재가 처음 내 품에 안겼을 때, 세상이 온전히 아이에게 맞춰져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기는 내 목소리와 손길을 기억하고, 나의 따뜻한 품 속에서 처음으로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들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이가 점차 엄마인 나를 알아가고, 그 작은 눈빛과 미소 속에서 나는 온 세상이 다 내게 주어진 것 같은 기쁨을 느꼈다.

하지만 그 과정이 항상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자식을 기른다는 건 때로는 몸과 마음이 지치는 일이기도 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나의 부족함을 자꾸 자책하며 지내던 날들이 많았다. '잘하고 있나?' 하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고,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이 한정적이라는 현실에 마음이 무너졌다. 매일매일 부족한 나를 보며 더 잘할 수 있었을까 하고, 후회도 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사랑의 양이 너무 적어 아이들이 온전히 그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늘 내 마음속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을 기르는 일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을 주었다. 아이들의 미소, 첫걸음, 처음으로 불러주는 ‘엄마’라는 이름, 입학식과 졸업식 날, 그리고 매일같이 느껴지는 그 작은 변화들. 그런 순간들이 내 삶을 채워주었고, 내게 세상의 모든 기쁨을 주었다. 내 손을 잡았을 때, 그 작은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에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 과정 속에서 아이들 덕분에 나 자신을, 세상을, 그리고 사랑의 의미를 다시 배우게 된다. 육아라는 길은 때로 고되고 외로워 보였지만,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내 인생은 더 풍성해지고, 웃음과 사랑이 내 삶을 밝히는 가장 큰 빛이 되어주었다. 자식이 자라면서 나도 성장해 가는 것이다.

자식을 낳고 기른다는 건 끝없는 사랑과 헌신의 연속이지만, 그 모든 사랑의 끝에서 나 자신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나의 인생에 가장 소중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은 내가 겪어본 그 어떤 순간보다 소중하고 아름다웠으며, 그 시간이 바로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이다.





바로 어제, 잠자리에 들기 전, 둘째가 묻는다.


"엄마, 좋아하는 거랑 사랑하는 거랑 무슨 차이예요?"


네가 꽃을 좋아해. 그런데, 길가에 꽃이 너무 예쁘게 펴있어서 꽃을 꺾어서 집에 가져가고 싶어. 하지만, 그 꽃을 너무 사랑하면 너는 매일 꽃에게 물을 줄 거야. 그게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다른 점이야.

그렇다면 사랑하는 건 단순히 '예쁘다'라고 생각하는 걸 넘어서서, 그 꽃이 매일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야. 그리고 그 꽃을 기르고 돌보면서 느끼는 기쁨이 진짜 사랑인 거지. 이런 사랑이 오래가고, 서로를 더 행복하게 만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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