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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애 Dec 17. 2024

안 될 거 알지만, 노력합니다.

N번째 부캐, 작가에 도전합니다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감사한 작가님들과 독자님들께.

몇 주 사이 세 아이 모두 폐렴 진단과 기말고사, 갑작스러운 힘든 시국, 고시원 운영에 관한 사적인 이슈 등으로, 결국 저까지 몸살과 감기, 고질병인 천식까지 이어졌습니다. 그 핑계로 요즘 글 쓰는 것을 게을리하게 된 점, 깊이 반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재하고 있는 브런치북은 독자님들과의 약속이기에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넓은 마음으로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결국, 모든 건 지나갑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결국 시간 속에 스러져 갑니다. 기쁠 때는 그 순간을 마음껏 누리고, 슬플 때는 그 또한 흘러가리라 믿습니다. 요즘 많은 일들이 겹쳐서 조금 힘든 시간이었지만, 이렇게 다시 글을 쓸 수 있어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여러분 모두에게 평온하고 행복한 하루가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이 글은 전에 발행했던 글을 조금 수정하여, 부캐부자 브런치북으로 옮겨 발행한 글입니다.


I 작가


정신없이 달려온 결혼 생활과 육아.
엄마로서의 삶은 때로는 무겁고, 때로는 행복하다.

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히어로인 줄 알았다. 큰아이의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우리 엄마가 해준 요리가 제일 맛있어요."
"우리 엄마는 역시 천사야."
"우리 엄마는 모르는 게 없어요."
"우리 엄마는 최고야."


가만히 그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내게는 그저 감사한 일상들이 펼쳐진다.
내가 정성껏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책을 읽어 달라며 내 무릎에 앉고, "엄마와 데이트하고 싶다"며 조르는 그 작은 손길들이, 이제는 점점 흐릿해져 가면서 왠지 모를 공허함이 나를 감싼다.

아이들이 하루하루 다르게 자라나는 걸 느끼며, 나는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이한다.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하고, 세 번의 임신을 거쳐 보물 같은 세 아이를 품에 안았다. 도와주는 사람 없이 오롯이 혼자서 육아만 해오며 보내온 시간들. 거실 한편에 TV 하나 없이 책장 가득 책을 채우며 나름의 길을 걸어왔다. 육아가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들이 "엄마가 최고!"라고 말할 때마다 그 자부심이 나를 지탱해 줬고, 그것이 나의 삶을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렇게 힘차게 달려온 일상이 갑자기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가을이 오기도 전에 찾아온 겨울바람처럼, 준비도 없이 큰아이의 사춘기가 다가왔다. 그때부터 내 마음속에 허무함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운다고 자부했지만, 예상치 못한 변화 앞에서 나는 다시 한번, 내가 어떤 존재인지,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아니, 큰아이에 가장 먼저 선언했다.

엄마는 이제 작가가 될 거야.


"작가요? 작가는 아무나 될 수 있어요?"

"아무나 안 되겠지?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 보려고."
"네 엄마, 열심히 해 보세요."

아이는 무심한 표정으로, 마치 응원이 아닌 듯 응원을 던졌다.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안의 꿈을 다시 꺼내 들고, 펜을 잡았다.

아주 깊은 서랍 속에 묻어두었던 어린 시절의 꿈을 꺼내어, 중학교 백일장에서 장원으로 뽑혀 운동장에서 이름이 불렸던 그 시절의 내가 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때, 꿈 많고 순수했던 문학소녀였던 내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 나는 전공자도 아니고,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책을 좋아하고, 메모장에 끄적이는 걸 좋아하는 아줌마일 뿐. 그래서 여전히 누군가 내 글을 읽는 게 부끄럽고, 글을 발행하기 전마다 손끝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졌으니 더 이상 망설이지 않으려고 한다.

무작정 써보기로 했다. 결혼, 세 아이 육아, 스터디카페 사장, 고시원 원장, 그동안 쌓아온 경험, 나의 삶을 세상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이 이야기는 내 개인적인 이야기만은 아니며, 언젠가 내 아이들이나, 내 이야기가 필요한 누군가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거라 믿는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며 겪는 다양한 감정과 고민들, 그리고 꿈을 향한 여정을 나누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아이들은 엄마 품을 떠나 각자의 인생을 향해 나아갈 시간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나 또한 길을 찾고 있다.

"얘들아, 엄마 브런치 작가 합격했어! 이제 엄마도 엄마의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게 됐어!"

"와, 진짜네? 합격했네? 엄마 대단하다! 이제 진짜 작가네요?"
"역시 엄마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네요."
"그럼 이제 친구들한테 엄마 작가라고 자랑할래요!"

"음, 아쉽지만, 아직 작가는 아니야. 조금만 기다려줄래? 안될 수도 있지만, 엄마는 최선을 다해 볼게"

무심해 보였던 큰아이도 누구보다 기뻐해주어서, 그 순간이 더 기쁘고 의미 있게 느껴졌다.


I "난 해봤자 안돼" "난 노력해도 안돼"라는 말은 가장 무책임하고, 바보 같은 말


열심히 하는 건 중요하지만 모든 결과를 만드는 비법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한 후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열심히 한 사람'이 반드시 '잘 된 사람'인 줄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사실, 열심히 한 사람들이 모두 성공한 건 아니지 않나. 좋은 결과를 얻은 사람들은 대개 열심히 했지만, 열심히 한 사람들의 결과가 모두 좋은 건 아닐 것이다. '좋은 결과'는 '열심히' 한 사람들의 부분집합이다. 우리가 간과하는 점은, '좋은 결과'와 '열심히 한 것'은 같은 집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열심히 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결과가 좋지 않다고 스스로를 자책할 필요는 없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열심히 했다는 것". 혹여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즐기면 된다.

"결과는 좋지 않을 수 있지만, 열심히 할 겁니다."

"안될 거 알지만 그래도 노력할 겁니다."

과정에서 얻는 배움과 성장을 소중히 여기려고 한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큰 가치가 있지 않을까.

나 자신이 된다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일 수 있는지를 발견하는 것이다.
_오프라 윈프리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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