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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새 Nov 17. 2023

라따뚜이

열일곱 번째 끼니 - 1

15년 전쯤 '쇼 × 쇼 = 쇼'라는 한 통신사의 카피가 있었다. 물쇼, 불쇼, 생쇼 등을 다 끌어다 모으면 세상에 없는 쇼를 만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런 문구를 썼을 것이다. 그럼 채소 × 채소는 무엇이 될까?


한 달 전, 난 디즈니 영화 소모임에서 <라따뚜이>를 감상했다. 이 영화는 'You Can Cook!'을 내세운 레스토랑 구스토에서 요리할 줄 아는 생쥐 레미와 요리할 줄 모르는 청소부 링귀니가 한 팀이 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담았다.  작품의 메인 디시 라따뚜이는 냉철한 비평가 안톤 이고의 마음을 녹인 추억의 음식이었다.


일반적인 영화 소모임이라면 영화를 다 보고 영화에 대한 썰을 풀겠지만, 여기서는 말 대신 칼로 대화를 나누었다. 영화에 나온 음식을 직접 만들고 먹으면서 눈에 담은 장면을 코와 귀, 입으로 억할 수 있었다.


출신지도, 사는 방식도 다른 사람들이 데 모여 재밌게 음식을 만드는 모습이 거기서 만들었던 라따뚜이와 오버랩되었다.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가지, 버섯, 토마토, 애호박, 양파가 한데 어우러져 맛있는 요리가 되는 게 신기했다.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채소들이 한 솥에 모이니 의외로 맛있었던 것처럼, 나랑 다른 환경에서 사는 사람이라도 마음을 열고 함께하면 상상도 못 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걸 깨달았다.


안톤 이고는 라따뚜이를 먹고 어릴 적의 추억이 떠올라 감동했고, 난 라따뚜이를 만들며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았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기억에 남을 요리를 얻어갈 수 있었다.


음식을 만들면서 나를 치유했던 소중한 순간이었다.


열일곱 번째 끼니 - 라따뚜이, 바게뜨, 푸실리, 오믈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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