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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새 Dec 01. 2023

바게트빵

열여덟 번째 끼니 - 2

바게트빵을 처음 본 어린 시절, 나는 이걸 통으로 뜯어 먹는 줄 알았다. 칼로 잘라주겠다는 점원 누나의 제안을 한사코 거절하고 1m 가까이 되는 통 바게트를 칼처럼 휘두르며 집으로 왔다. 다음 날, 아침 식사로 전날 산 통 바게트를 먹으려고 했는데, 겉껍질부터 속빵까지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딱딱해진 바게트빵을 씹어먹으면 입이 찢어지는 바람에 그냥 갖다버렸다.


서른 살이 된 나는 바게트빵을 살 때 꼭 점원에게 잘라달라고 부탁한다. 미리 자르지 않으면 벌어질 시행착오를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불필요한 도전정신은 한 수 접게 되었다. 바게트빵을 산 건 즉흥적인 행동이었지만, 그걸 온전히 즐기기 위한 대비책은 미리 다 세워놓게 되었다.


타고난 성향은 언제 어디서나 드러난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 그 성향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얻는다. 바게트빵을 사 먹고 싶다는 즉흥적인 성향이 발현되었지만, 그걸 점원에게 미리 잘라달라 부탁하는 계획성이 어느정도 보완해주듯이 말이다. 나 역시 젊은이의 패기와 어르신의 관록 그 사이에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아, 나도 나이를 먹고 있구나.


열여덟 번째 끼니 - 라따뚜이, 바게트빵, 푸실리, 오믈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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