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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새 Dec 15. 2023

푸실리

열일곱 번째 끼니 - 3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알면서도 신경을 쓰지 못하는 때도 있었고, 아예 몰라서 실수하기도 한다. 이번 시간엔 잘 몰라서 실수한 이야기를 가져왔다.


팟타이를 처음 먹은 근사한 학교 식당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개강 후 얼마 되지 않나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동아리원들과 함께 밥을 먹으러 갔다. 여러 메뉴를 둘러보다 알리오 올리오를 골랐고, 거기에 몇몇 옵션이 있어서 슬 둘러보았다. 선택지의 의미가 뭔지 몰랐지만 있어 보이고 싶어 '펜네'를 골랐고, 잠시 후 음식을 받고 깜짝 놀랐다. 다른 친구들의 음식은 다 길쭉길쭉한 롱 파스타였는데, 나 혼자만 짧고 작달막한 숏 파스타가 나왔다. 펜네가 신기해서 골랐을 뿐이었는데, 알고 보니 면 옵션이었을 줄이야. 남이 골라준 거였다면 따졌을 텐데, 내가 고른 거라 할 말이 없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파스타 = 스파게티'라는 공식이 성립했던 때라 이런 실수가 빈번하게 나왔다. 스파게티가 파스타의 범주에 있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외의 종류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나는, 파스타를 포크로 돌려먹는 대신 숟가락으로 퍼먹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다.


아는 척은 할 수 있지만, 그 대가는 언젠가 치러야 한다. 부단히 노력해서 진짜 전문가가 되건, 아니면 언젠가 한 번쯤 웃음거리가 되어야 한다. 함부로 나대지 말고 누울 자리에 발 뻗어야 하는 걸 깨달았다. 체면치레의 대가로 점심 한 끼를 잘못 먹은 거면 싸게 막은 것 아닐까.


쓰다 보니 알아챈 건데, 사실 오늘 음식은 푸실리였다.


열일곱 번째 끼니 - 라따뚜이, 바게트, 푸실리, 오믈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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