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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새 Dec 22. 2023

오믈렛

열일곱 번째 끼니 - 4

노랗고 부드러운 오믈렛을 만들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이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태어나서 처음 만드는 요리를 몇 번 해 보았지만, 이것만큼 처참히 실패한 적은 없었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오믈렛이라지만, 왜 난 이 요리를 본 적이 없었을까?


오믈렛이 익숙하지 않은 이유는 수만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이 요리가 서양 음식이라는 점이다. 오믈렛이 한식이나 동아시아 요리였다면 그나마 많이 먹었을 텐데, 저기 큰 물 건너 사는 서양 사람들 반찬이다 보니 당최 생소했다. 일단 자주 먹어봐야 맛이 있건 없건을 판단할 수 있을 텐데, 그걸 쉽사리 접할 수 없었으니 감이 잡히지 않았다.


또 이 세상에 오믈렛을 대체할 음식은 많다. 당장 달걀만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달걀말이, 달걀 프라이, 스크램블 에그, 달걀지단까지 최소 4종류가 있다. 이 음식 모두 오믈렛보다 만드는 게 힘이 덜 들고, 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달걀에 정성을 들일 수는 있으나, 그 정도로 열과 성을 다할 거라면 다른 걸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따지 못할 포도를 보고 신 포도라 생각하며 자기만족하는 여우처럼, 지금까지 경험한 오믈렛은 나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않았다. 3년 동안 자취를 하다 보니 요리의 폭을 더 이상 넓힐 필요를 느끼지 못한 거일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오믈렛이 당기지 않는다. 언젠가 또 만들 날이 오겠지.


내가 오믈렛은 잘 모르지만, 야채 넣은 건 맛이 없어요.


열일곱 번째 끼니 - 라따뚜이, 바게트, 푸실리, 오믈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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