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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새 Jan 05. 2024

타코야끼

열여덟 번째 끼니 - 1

작년 5월에 일본 오사카 여행을 다녀왔다. 불매 운동이니, 코로나19니 해서 오랫동안 가보지 못했던 일본을 다녀와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먹다 죽는 오사카라는 말이 있듯이, 거기서 정말 많은 음식을 먹고 돌아왔다. 소문난 식당에서 먹었던 음식도 정말 맛있었지만, 숙소 앞에서 먹은 타코야끼가 가장 인상깊었다. 


내가 들렀던 가게는 허름한 분식집처럼 보였다. 타코야끼 가게 하면 흔히 일본 스타일의 포장마차나 노점이 떠오르지만, 동네 장사를 하다 보니 조금은 더 정돈된 건물에서 음식을 팔았다. 현금 결제만 되는 가게에서 타코야끼 여섯 개를 사서 먹었는데, 갓 나온 빵이라 그런지 입천장이 델 정도로 뜨거웠다. 파, 마요네즈, 데리야끼 소스, 가쓰오부시, 문어빵이 연주하는 환상적인 오중창이 나를 매료시켰다. 골목길 한가운데에 서서 맛있는 타코야끼를 먹다 보니 문득 대학 시절이 떠올렸다. 


10년 가까이 다닌 대학교 앞에는 오래된 타꼬야끼 집이 있었다. 지하철역을 지나면 딱 나오는 대목에 입점했기 때문에 배고픈 학생들이 맛있는 가쓰오부시 향에 이끌려 자주 찾아갔다. 맛은 있었지만, 학생식당 정식 한 끼랑 같을 정도로 비쌌던 지라 자주 먹지 못했었다. 대학생의 지갑은 얇디얇았지만, 그래도 학기 초나 학기 말에는 꼭 한 번은 사 먹었다. 학기 초에 살 땐 그간 잊고 살았던 대학교의 분위기를 알 수 있었고, 학기 말에 먹을 땐 그간 쌓인 학업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다. 생뚱맞은 일본 음식이 대학 시절 나의 추억 음식이 되었다. 


음식으로 여행지의 추억을 남기기도 하지만, 여행지에서 먹은 음식으로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기도 한다. 오늘을 즐기다 어제를 만나는 뜬금없는 시간 여행도 여행의 묘미 아닐까.


열여덟 번째 끼니 - 오야꼬동, 우동, 어묵, 타코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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