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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새 Jan 12. 2024

우동

열여덟 번째 끼니 - 2

우동은 일식 전문점에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육수에 면 넣어서 끓이면 되니 끓이기도 쉽고, 라면과 비슷해서 먹기도 쉽고, 모나지 않은 맛이라 누구나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이걸 꼭 먹어야 해!'라 생각할 정도로 탁월한 맛을 내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딜 가더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맛의 고점은 낮지만, 저점이 높아서 웬만해선 취향을 타지 않는다. 


작년 봄 일본 여행을 했을 때, 맛있는 로컬 우동집이 있다고 해서 일본 다카마쓰에 갔다. 오사카에서 기차로 두 시간 반 정도 탄 후, 거기서 15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멀리서 찾아온 만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평이해서 실망했다. 단돈 610엔에 우동 대짜 한 그릇을 주문했지만, 편의점이나 포장마차에서 먹을 수 있는 심심한 맛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이걸 먹으러 여기까지 왔나'라는 아쉬움이 들어 낙심했었다. 하지만 오사카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여기가 로컬 음식점이었지.'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 여행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화려한 가게라면 톡 쏘고, 강렬하고, 자극적인 맛을 내세웠을 텐데, 현지인들을 위한 점심 장사 가게라면 매일 먹을 수 있는 부드럽고 안정적인 맛을 추구했을 것이다. 현지인들의 일상을 느끼기 위해서 찾아간 곳에서 관광지의 특별함을 바랐던 건 말이 안 되지 않았을까. 얻을 수 없는 것을 원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그간 나는 나와 연관된 일이라면 모두 최고만을 추구하려 했다. 잘 못하고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고, 항상 특별하고 독특한 모습을 드러내려 했다. 한두 번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하고 유별난 모습을 보여줘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자주 만나고, 더 가까이 지내야 할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으니까 너무 부끄러웠다. 길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맛있는 우동 한 그릇처럼, 가식적으로 꾸미지 않고 편안하게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평범한 인기 상품은 쉬워 보이지만 어렵다.


열여덟 번째 끼니 - 타코야끼, 우동, 오야꼬동, 어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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