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끼니 - 1

by 빛새

메인 MC와 패널 출연자, 주연과 조연, 신랑/신부와 들러리, 우승자와 참가자. 주인공만 있는 연극도 없고, 보조 출연자만 있는 예능 프로그램도 없듯이, 우리가 사는 모든 곳에서 주인공과 조력자를 함께 만날 수 있다.


밥상도 마찬가지다. 밥상을 든든하게 받치는 주식, 때로는 심심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팔색조처럼 밥상을 꾸미는 국, 밥상을 화려하게 만들어주는 주 반찬, 그리고 있어도 모르지만 없으면 섭섭한 밑반찬이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 화려하지 않지만 수수하게 밥상을 지키는 김을 보니, 자리에 따라 빛과 소금이 되는 내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며칠 전, 나는 대본 리딩 클래스에 참여하러 서울로 올라갔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클래스 현장에는 어색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마치고 감초 조연 역을 맡아 첫 번째 대본을 읽으니, 함께하는 사람들부터 좋은 평을 들었다. 판 위에서 잘 뛰노는 것도, 남들이 놀 을 잘 깔아주는 것도 두 중요하단 걸 깨달았다.


지금 내가 열심히 하는 글쓰기도, 자체가 빛나는 주연이 아니라 다른 것을 빛내주는 조연에 가깝다. 이 브런치처럼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글을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실에는 자신의 이름을 가리고 다른 회사나 다른 사람들을 대신 빛내기 위해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회사를 더 빛내기 위해 쓰는 마케팅/홍보 문구 마케터, 유명인의 일대기를 정리해서 작성하는 대필 작가럼. 길을 걸으며 마주치는 수많은 글귀는, 이름 없는 서포터들의 영감으로 이루어진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살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해 아쉬워했다. 언제나 잘 나가는 친구들을 부러워하고, 잘하는 친구들의 보조를 맞춰야 하는 삶이 싫었다. 그렇지만 살면서 서포터 역할도 꼭 필요하단 걸 깨달으니, 망 대신 책임감으로 남을 돕게 되었다. 도우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다 보면, 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칠 때엔 다른 사람들이 도와줄 것 아닌가.


밥과 반찬을 어우르는 김처럼, 구라도 빛낼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세 번째 끼니 - 스팸마요덮밥, 감자짜글이, 스팸구이, 그리고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