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두 번째 끼니 - 4

by 빛새

"어머, 이 김치 정말 맛있다. 어디서 산 거니?"

"아... 이 김치 저희 어머니께서 해 주신 거에요."


가족들이 가끔씩 집에 손님을 데려오면, 어머니께서는 손님 대접을 하기 위해 집밥을 해 주셨다. 집밥을 처음 먹어보는 손님은 여러 가지 주찬들을 먹은 후에 김치를 먹는데, 직접 하신 김장김치 맛에 감탄했다. 배가 어느 정도 차오른 다음에 먹어도 맛있는 건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맛있다는 뜻인데, 어머니의 손맛이 그 정도로 인정받으니까 같이 있는 아들래미도 기분이 좋았다.


어쩌다 보니 밥을 잘 해주시는 어머니와 떨어져 산 지 1년이 넘었다. 어머니는 따로 사는 아들을 위해 여러 가지 밑반찬과 재료들을 다 만들어놓고 가셨다. 된장, 고춧가루, 간 마늘 등 여러 가지 식재료를 준비해주셨고, 김치도 함께 준비해 주셨다. 반찬으로 먹으라고, 김치찌개나 김치찜 같은 요리에 쓰라고 김장김치 몇 통을 만들어주셨다.


어머니 손맛이 듬뿍 담긴 팔방미인 김치를 먹으면서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김치의 맛이 좋아야 김치를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듯이,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어릴 때에는 미성숙하고, 마음이 유약해서 나를 받아주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었지만, 어른이 되고 마음이 커지면서 다른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나밖에 모르던 사람이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남을 조금씩 생각하게 되었다. 좋은 재료를 넣은 김치가 익으면 풋내가 사라지고 깊은 맛이 나듯이, 미생(未生)의 내가 완생(完生)이 되면 어리숙한 모습을 털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김치가 익으려면 김치냉장고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듯이, 미숙한 사람이 완벽한 사람으로 성장하려면 긍정적인 관심과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PBSE8413.jpg 두 번째 끼니 - 카레라이스, 달걀말이, 김치, 그리고 소시지 야채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