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대한민국 남자들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2년의 젊음을 바치러 가는 곳. 밖으로는 주적 북한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라도, 안으로는 건강하게 가족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혹독한 환경에 던져진 사나이들은 어떻게든 적응해야 했다. 생존을 위해 입는 법, 자는 법, 일하는 법을 터득해 나갔고, 자연스럽게 먹는 법도 배우게 되었다.
대량 급식이 이루어지는 군대 짬밥은 대체로 맛이 없었다. 대량 조리의 특수성과 군대의 인구학적 특징 때문이었다. 배식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최선의 요리법 대신 최속의 요리법으로 음식을 만들었기 때문에 사회의 음식보다 맛이 덜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조리병들이 전국 팔도에서 온 장정들의 입맛을 다 맞출 순 없었기 때문에 간도 어느 정도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군 생활 때에는 욕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군대 급식의 특성 때문에 짬밥 메뉴마다 맛의 편차가 심했다. 그래서 군대 밖에서 먹을 수 있는 메뉴와 맛이 비슷한 음식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소시지 야채볶음 같은 가공육과 젓갈 같은 염장 식품을 좋아하게 되었다.
소시지 야채볶음은 어릴 적부터 자주 먹던 음식이었지만, 젓갈은 군에 입대하면서 좋아하게 되었다. 어릴 적에는 이걸 두고 '이 짭조름한 음식을 왜 먹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일 먹는 음식의 편차가 심한 군대에서는, 일정한 짠맛을 내는 이 반찬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어디에서 먹으나 젓갈은 젓갈 맛이 났기 때문에, 짬밥에서 집밥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취사병에 따라 달라지는 군대의 급식처럼, 사람의 삶도 시류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 짬밥 속에서 젓갈을 만나면 행복을 느끼듯이, 예측할 수 없는 인생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접하게 되면 일순간 마음이 편안해진다. 바다를 헤매다 무인도를 찾은 것처럼 말이다.
맛 좋은 젓갈 한 그릇, 열 반찬 안 부럽다.
다섯 번째 끼니 - 생선구이, 꽁치찌개, 어묵볶음, 낙지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