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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오기 전에

친구를 기다리며 - 1

by 빛새
“얘들아, 오랜만에 우리 집에서 모일래?”


오랫동안 멈춰 있던 친구들의 카톡방은 나의 한마디로 활기를 되찾았다. 정적이 감돌던 대화창이 겨울잠에서 깨어나자, 너나 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일정을 맞추었다.


우리는 예전엔 반년에서 1년에 한 번씩 만났다. 약속 장소에서 모이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보드게임방에서 게임을 했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좋았지만, 하나 끝날 때마다 자리를 옮겨야 해서 불편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밖에서 만나기 어렵게 되자, 텅 비어 있는 우리 집에서 모이게 되었다. 집에서 TV를 보고, 집에서 식사를 주문하고, 집에서 차도 배달해 마셨다. 하나의 일정이 끝나도 움직일 필요가 없으니 모임의 만족도가 확 올라갔다. 그 덕분에 우리는 자주 만나게 되었고, 나의 집은 자연스레 만남의 광장이 되었다.


다음 모임 날짜가 정해졌으니, 나는 그동안 방치한 집을 청소했다. 며칠 동안 방치해 놓은 설거짓거리, 지린내가 나는 화장실, 닦지 않아 찐득한 식탁을 깨끗하게 치웠다. 거실에 오래 널브러졌던 빨랫감도 옷장 안으로 정리해두었다. 긴 시간 동안 눈에 보이지 않게끔 가려놓았던 방학 숙제를 하나둘씩 해결했다.


낡은 집에 모여도 만족하는 친구들이지만, 모두를 맞이해야 하는 집주인이기 때문에 그래도 신경쓸 수밖에 없었다. 일 초가 영원처럼 느껴지던 지루한 기다림 끝에, 초조한 마음을 달래주는 반가운 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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