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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오고 나서

친구를 기다리며 - 2

by 빛새
"딩동!"


긴 정적을 깨는 초인종이 마침내 울렸다. 웃으면서 인사하는 친구들을 보니, 짧은 시간 들었던 불안함이 즐거움으로 바뀐다. 우린 모두 함께 놀고 싶다는 마음만 가져왔지만, 난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어쨌든 우리는 여기 있으니까.


집에 들어 온 친구들은 곧바로 TV를 튼다. 자주 모이지 않지만 매주 인사는 하다 보니, 스몰 토크 대신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회포를 푼다. 예능 속 상황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얕지만 편안한 얘기를 하면서 라포를 만들었다.


함께 보던 예능 프로그램이 지루해질 쯤에, 배달 앱으로 저녁을 주문했다. 여느 때처럼 배달 음식을 자주 시켜먹는 친구의 의견에 따라 오늘 먹을 메뉴를 정했다. 가끔은 내 의견을 내달라고 했지만, 나는 그 친구를 믿었기 때문에 슬쩍 넘겼다. 인증샷과 릴스를 남긴 후, 풍성한 한 끼를 나누었다.


식사도 잘 했으니, 이제는 디저트 타임. 각자의 음료수, 과자와 빵을 앞에 두고 깊은 대화를 시작한다. 배도 부르고 시간도 늦어지니 이전보다 진지한 얘기를 나눈다. 직장, 연애, 결혼, 가치관, 인간관계 등 조금은 현실적이지만 피할 수 없는 이야기가 오간다. 각자의 길을 가다가 잠깐 멈추는 중간 정류장처럼, 이곳에서 서로의 나침반을 조금이나마 확인한다.


서른 평생 혼자였던 사람이 예상치 못한 계기로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게 되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코로나 때문에 생긴 외로움을 풀기 위해 큰 용기를 냈고, 마음씨 좋은 나의 친구들은 나의 간절한 손을 잡아 주었다. 차디찬 칼바람이 부는 동굴에서 한 발 더 나가니 따뜻한 봄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모처럼 즐겁게 놀다 보니 늦은 밤이 되었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오늘도 잘 놀았다고, 함께해서 재밌었다고, 다음에 또 보자고 말하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내일이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더 놀자.’며 보채는 말은 마음속에 묻어 둔다. 우린 이제 10대도, 20대도 아닌 현실을 살아야 할 30대니까.


모두가 떠나니, 마음 깊은 곳에서 공허함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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