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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떠난 후에

친구를 기다리며 - 3

by 빛새

친구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빈 집에서 허전함을 느꼈다. 오늘 만남이 정말 좋아서, 떠나고 남은 반동이 너무 컸다.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았겠지만, 즐거움이 아쉬움으로 변하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오늘의 아쉬움은 내일의 일상을 위해 접어두고, 다함께 즐겁게 놀았던 파티룸을 나 혼자 살아야 할 집으로 다시 바꾸었다.


먼저, 어질러진 집을 정리한다. 모아놓은 쓰레기와 오늘 먹은 배달 음식 그릇들을 재활용 쓰레기장에 버렸다. 맘씨 좋은 친구들이 어느 정도 쓰레기를 정리해주었지만, 그래도 집주인이 직접 치우는 게 마음이 편하다.


다음으로, 잠시 감춘 일상의 흔적들을 드러냈다. 베란다에 내어 놓았던 빨래걸이를 거실 안으로 두었고, 집안 여기저기 숨겨뒀던 쓰레기통을 다시 제자리에 둔다. 오랜만에 켰던 에어컨 전원 플러그를 다시 뽑으면서, 오랜만에 연결한 외향 에너지 플러그도 함께 뽑았다.

마지막으로 환하게 켰던 거실 불을 소등했다. 다 함께 즐겁게 놀 때에는 밝은 빛이 필요하지만, 혼자 있을 때에는 은은한 빛으로도 충분하다. 파티를 할 때에는 화려하게 감싸는 밝은 조명이 필요하지만, 일상을 보낼 땐 편안한 자연광이 더 사랑스럽다.


축제는 끝났다. 흥겨움과 반가움으로 가득 찼던 우리 집은 이내 다시 평온함에 잠긴다. 내일의 나는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오늘의 화려한 축제는 훗날을 도모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일상에 퍼져 삶이 지루해질 때쯤에, 다음 약속을 언제 잡을지 고민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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