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라며 사회생활을 시작하니 생각지도 못한 문제를 겪는다. 정말 커갈수록 또 다른 고민거리가 계속 생긴다는 육아 선배의 말은 진리이구나 싶다. 최근 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며 힘들어했던 문제가 있다. 자세하게 적을 수는 없지만, 간단하게 이야기해본다면 호두가 친구들과 갈등을 빚을 때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의 문제이다. 세상의 육아 방식은 내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라고 한다. 속상한 내 아이의 마음, 무언가를 혼자 독차지하며 놀고 싶은 마음, 그 모든 것들을 존중하라고 말이다. 아이가 보물단지라도 되듯이 상처 받지 않지 않도록 아이의 마음을 조심조심하며 다루어주라 한다. 어느 정도 공감은 가는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나는 세상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면서 내 아이의 마음에만 온 집중을 다하며 살아가는 게 맞는 것일까.
나는 대인관계를 맺을 때 주로 양보하는 편이다.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는 대부분 타인에게 먼저 선택권을 넘긴다. 때론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나는 양보를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마음이 편안하고, 하나님께서도 기뻐하시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때때로 나의 양보로 인해 누군가가 혜택을 보는 것이 행복하기도 하다. 하지만 호두는 아기이다. 아직 자기 자신밖에 보이지 않는 나이이고, 이기적인 행동이 지극히 정상인 나이이다. 호두가 욕심을 부릴 때 호두의 마음이 이해가 가고, 또 그럴 수밖에 없는 나이라는 것도 이해가 가지만, 친구들 속에 있을 때 나는 이 아이를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이제 많이 가지고 놀았으니까 다른 친구들도 놀게 해 줘라며 양보를 원하는 나의 말을 호두는 거부한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나는 자주 양보를 요구하는 내 말에 호두 마음이 혹시 다치지 않을까, 그냥 당분간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는 피해볼까 하는 고민을 한다. 작은 문제이지만 호두가 사회생활을 할 때마다 이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내 마음속에 양보를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과 나의 이런 행동이 호두에게 상처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마구 부딪히며 마음이 힘들어졌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일이라 생각하고 기도조차 할 생각이 없었는데, 최근 들어 이 문제가 내 마음에 점점 커지며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두의 마음도 알아주고 싶고, 호두가 좀 더 선하게 컸으면 하는 생각도 있는 나의 이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어찌하면 좋을까. 하나님께 눈물 흘리며 기도했다.
"아이를 세상적으로 키우기보다 하나님 기뻐하시는 모습으로 키우고 싶은데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에게는 쉬운 일들이 아직 어린 호두에게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러나 친구들과의 싸움에서 이겨라, 그래 네 마음이 맞다 그런 말은 도저히 못 하겠어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나님은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있던 말을 모두 쏟아 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빈 마음이 성령으로 채워짐이 느껴졌다. 그렇게 또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하나님께서 마치 내가 깨기를 기다리셨던 것 같다. 일어나자마자 계속 한 찬양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딱히 즐겨 듣지도, 집중하며 듣지도 않았던 찬양이었다. 라디오에서 몇 번 들었던 기억이 나는 찬양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가사가 정확하게 머릿속에 울려왔다. 다행히 제목을 기억하고 있어서 찬양을 들으며 가사를 다시 읽어 보았다. 가슴이 찡해졌다. 하나님께서 가사를 통해 내게 말씀하고 계셨다.
우리가 간직해야 할 소중한 것이 있다면
내 삶을 누군가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것
약하고 어리석은 나 자신을 본다 해도
그 모습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으며
비교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가꿔가고
우리를 사랑하신 그분을 믿으며
외로운 사람들 품에 안아 줄 수 있도록
우리 맘 속에 소중한 것을 간직하며 살아요
내 안에 숨겨진 큰 비밀을 발견하고
그 소중한 꿈 안에 내 삶을 이루며
삶에 지친 사람들 찾아와 쉬어가도록
우리 맘 속에 누군가의 자리를
남겨 두며 살아요
사랑하며 살아요
- 꿈이 있는 자유의 '하연이에게'
내 기억을 더듬어보면 라디오에서 이 노래는 한웅재 목사님께서 친구 목사님의 딸이 태어났을 때 선물해주고 싶어서 만드신 곡이라 소개했었다. 하연이라는 아이가 어떻게 살았으면 하는지가 나타나 있다. 하나님은 이 노래를 내게 들려주시며 말씀하셨다.
"나는 호두가 이렇게 컸으면 좋겠다. 그리고 네가 이런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네 아이의 마음이 최고야, 네 아이의 마음을 절대 다치게 하면 안돼라고 속삭이는 세상의 목소리 말고, 사랑으로 살자. 호두가 아직 어려도 네가 무엇을 말하는지 분명히 이해하고 있어. 다만 아직 어려서 자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뿐이야. 너는 호두에게 사랑을 가르쳐도 돼. 호두는 그런 걸로 상처 받지 않아. 나는 호두를 그렇게 약하게 만들지 않았어. 호두의 마음을 읽어주되 너는 끊임없이 사랑을 가르쳐라. 친구들을 이해해주고 양보하라고 가르쳐도 괜찮아. 그렇게 한 번, 두 번, 열 번, 백 번 쌓이다 보면 호두의 마음속 깊은 곳에 그 마음이 가닿을 거야. 언젠가 그 마음이 꽃을 피울 날이 분명 있을 거야. 호두가 외로운 친구들을 안아주고, 지친 친구들을 쉬게 하는 아이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너는 약하고 어리석은 엄마이지. 하지만 그런 너를 내가 사랑하잖니. 너도 스스로를 사랑하렴. 그리고 네 자신과 다른 엄마를 비교하지마. 네 모습 그대로를 아름답게 가꿔가거라. 너를 지극히 사랑하는 내가 너를 아름답게 바꿔가겠다. 언젠가 네가 이 날들을 돌아봤을 때 기쁨으로 돌아볼 날이 있을 거야. 두려워 하지마. 호두를 항상 친구들 속에 있게 해라. 그리고 사랑을 가르쳐라."
하나님의 깊은 위로가 느껴졌다. 호두와 함께 이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다졌다. 세상의 육아 방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식으로 키우겠다고. 내 아이가 최고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최고라는 마음으로 키우겠다고. 호두는 내 말 한마디에 상처 받을 아이가 절대 아니라는 것을 이제 안다. 고작 2년밖에 안 살았어도 호두는 내 말을 분명 다 알아듣고 있을 것이다. 사실은 친구와 함께 놀고 양보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나는 하나님을 믿는다. 그 모든 상황 속에서 가장 최고의 계획을 예비하시고, 우리 호두를 나보다 더 사랑하셔서 지키시고 보호하시는 하나님을 믿는다. 우리 호두에게 늘 천군 천사를 든든히 보내주셔서 그 양 옆을 지키고 계셔주신다는 것 또한 믿는다. 이 사실을 잠깐 잊고 아이의 주양육자가 나라는 착각에 혼자 끙끙 앓았던 것이 부끄럽다. 그러나 나는 내일도 또 부끄러운 행동을 하겠지. 하지만 도저히 힘들어서 못 견디고 다시 하나님을 찾겠지. 그래도 괜찮다. 하나님은 언제든 기쁘게 나를 맞아주시고, 깊이 위로해주시며 잘하고 있어 토닥여주실 테니까.
호두를 사랑하지만, 호두만 사랑하지는 말자. 호두 주변의 모든 친구를 사랑하자. 호두 주변의 모든 친구들이 상처 받고 힘들어하지 않도록 호두 엄마인 내가 먼저 그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자.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앞서 늘 마음속에 기도를 하자. 호두를 지켜주실 하나님, 그리고 호두의 주변을 사랑으로 채우실 하나님을 기대하고 소망하자. 오늘도 내 슬픔을 찬양이 되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