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증대 전략 8. 손님이 없어요
“나는 힘들수록 미친년처럼 더 웃고 다녔어”
우리 엄마는 횟집을 운영한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했으니 벌써 23년째 해오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공장에서 옷 만드는 일을 하셨는데,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던 외삼촌의 권유로 광어가 뭔지 우럭이 뭔지도 모른 채 횟집을 덜컥 시작했다. 식당일을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횟집을 했으니 잘될 리가 없었다.
당시에 엄마는 고생을 많이 했다. 은행에서 대출은 많이 받았는데 손님은 없고, 자식들은 아직 중학생이고, 잘못하다간 온 가족이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으니 심적으로 상당한 부담감이 컸다고 한다. 그런데 엄마는 그렇게 힘들 때마다 오히려 미친년처럼 더 웃고 다녔다고 하니 도통 그 속을 모르겠다.
편의점 오픈 초반 손님이 없었다. 일매출이 60만 원이었다. 17시간 동안 한 시간에 5만 원도 못 판 것이다. 담배가 4,500원이니까 담배 손님 10명만 와도 한 시간에 45,000원은 파는데, 그마저도 못할 만큼 손님이 없었다. 엄마의 영향을 받아서였을까? 나는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1. 손님이 없다면 바쁜 척 연출하기
손님이 없을 때 나는 바쁜 척을 했다. 그 첫 번째가 “청소”였다. 눈에 보이는 부분들을 쓸고 닦았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지금이 청소할 절호의 기회야’였다.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계속 뭐라도 하는 척 쓸고, 닦고,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두 번째는 상품진열 바꾸기였다. 이때 나만의 상품진열 방법이 만들어졌다. 라면은 국물라면, 볶음라면끼리 분류해서 진열, 음료는 탄산, 이온, 과일주스 등등 우리 점포만의 카테고리 진열이 만들어졌다. 그냥 바쁜 척 연기하려고 했던 일들이 나중에서야 쓸모없는 행동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2. 상품기획 하기
바쁘지 않았기에 어떻게 손님을 오게 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어떤 상품을 어떻게 팔까?로 이어졌다. 그래서 인쇄물을 만들고, 인쇄물을 코딩할 코딩기도 구매하고, 나 홀로 아이디어를 내고 시도해 봤다. 실패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뭐라도 하려고 시도했던 것들이 그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게 만들어 줬다.
3. 책 보기
손님이 없다 보니 남는 시간이 많았다. 내가 아무리 바쁘게 움직인다 해도 하루종일 움직일 수는 없었다. 나는 남는 시간에는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버티는 힘을 길렀다. 그때 공허하고 무료한 시간을 버티지 못했다면 나는 진작 폐점을 했을 거다. 책을 읽으며 하루하루 버티는 힘을 길렀던 시간이 지금까지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손님 없다고 핸드폰 게임이나 하며 시간을 보내지 않았던 건 정말 잘한 일 같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엄마의 횟집 일을 도왔다. 중학생 밖에 안된 아들에게 도움을 청할 정도였으니 당시 엄마가 많이 힘들었나 보다. 그래도 중학교 때부터 엄마를 도왔던 경험이 지금 편의점을 운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내 피부 가까이에 가만히 손을 대고 있으면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 따뜻함을 우리는 온기(溫氣)라고 부른다. 손님이 많은 가게는 가게 내부에서 사람의 온기(溫氣)가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니 당연한 것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이 사람을 불러온다고 하나 보다. 반면 손님이 없는 가게에 들어가면 주인에 표정부터 가게에 온도까지 썰렁하게 느껴진다. 그럴 때는 주인 스스로가 불쏘시개 가 되어 점포 곳곳에 온기를 퍼뜨리고 다녀야 한다.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우리 엄마는 아직도 횟집 잘 운영하고 계심.) 우리 엄마가 손님이 없을수록 더 웃고, 더 활기를 치고 다녔던 이유가 본인 스스로가 불쏘시개 되어 가게 곳곳에 온기를 퍼뜨리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손님이 없다고 절대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안 된다. 더 활기차게 점포 곳곳을 누비며 온기를 퍼뜨려야 한다. 엄마 덕분에 나는 그것을 미리 배웠었던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