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으로 점포 차별화 전략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소개하는 방법은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정답이 아니다.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내 나름대로 고민하고, 시도해 봤던 것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1. 1+1, 2+1 행사상품
편의점에 대표적 마케팅은 1+1, 2+1 행사상품이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한 개 값으로 두 개를 먹을 수 있고, 두 개 값으로 세 개를 먹을 수 있으니 큰 이익이다. 반대로 편의점주 입장에서는 한 개를 사면 한 개를 더 줘야 하니 손해를 보는 것만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행사상품의 경우 판매회전율이 높다 보니 재고를 소진하기에 좋고, 이익률이 높기 때문에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 의외로 행사상품에 부정적인 점주님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것은 오히려 나에게는 잘 된 일이다. 행사상품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점포에 충분한 경쟁력이 되니 말이다.
전에 우연히 다른 편의점에 들어갔을 때 여성 고객 두 분이 이런 얘기하는 걸 들었다.
“야 여기 편의점은 생리대 무조건 1+1만 팔더라”
1+1, 2+1 행사상품을 적극 도입하는 것은 분명 우리 편의점만의 차별화된 전략일 수 있다
2. 즉석조리상품
편의점 즉석조리 상품은 튀김, 어묵, 호빵, 군고구마, 도넛, 베이커리가 있다. 보통 즉석조리 상품은 손이 많이 간다. 만들어진 완성품을 진열해 놓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편의점에서 만들어서 판매를 해야 되기 때문에 꽤 번거롭다. 그렇기 때문에 즉석조리상품을 도입하지 않는 편의점들이 많다. 이 또한 나에게는 잘 된 일이다.
우리 편의점은 현재 어묵, 군고구마, 도넛만 운영하고 있다. 편의점 운영 초기에는 베이커리를 제외하고 모든 것을 했다. 초창기에는 튀김을 주력으로 해봤는데 실패했고, 호빵도 도입했는데 호빵은 한겨울에만 반짝 판매가 되고 그 이후에는 버리는 게 너무 많아서 올해부터는 도입하지 않았다.
지금은 어묵, 군고구마, 도넛 이 세 가지만 하는데 주변 편의점엔 없고 우리 편의점에서만 먹을 수 있으니 주변 상권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하다. 특히 어묵은 전국 편의점 어디에서도 잘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묵은 손이 정말 많이 간다. 육수도 만들어야 되고, 저녁에 설거지거리도 많아서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추운 겨울날 우리 편의점을 방문해야 될 이유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어묵과 군고구마가 있는 편의점이라면 나는 충분히 우리 점포만의 경쟁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편의점에서는 잘하지 않는 것들을 나는 한 번 도입해 봤다. 이런 것들은 해보면 재밌겠다 하는 것들과 이건 도입해 보면 매출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하는 것들을 시도해 봤다. 물론 잘 된 것도 있었지만 실패한 것도 많다. 중요한 것은 우리 편의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재미와 서비스를 선사하고 고객뿐 아니라 나에게도 편의점을 운영하는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이 중요한 점이다.
① 커피쿠폰 발행
5천원 이상 구매하시는 고객에게 따뜻한 아메리카노 쿠폰을 나눠줬다. 오픈 초기에 재방문을 하게끔 하기 위해 커피쿠폰을 나눠드렸다. 획기적인 마케팅 효과를 누리진 못했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우리 편의점을 홍보했다.
②작은 선물 나눠주기
우리 편의점은 19년 5월에 오픈을 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어서 가벼운 선물로 부채를 하나씩 선물해 드렸다. 그런데 부끄러움이 많았던 나는 반 정도 나눠드리고 나머지 반은 나눠드리지 못했다. 지금 그때 부채가 한가득 남아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전에는 태극기를 나눠드렸다. 온라인에서 15,000원에 태극기 100개를 구매해서 점포에 걸어 놓기도 했었고, 고객들에게 나눠 드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선물은 아니지만 나는 비닐봉지를 제외한 모든 일회용품은 돈을 받지 않고 달란 대로 드린다. 사람은 큰 것보다는 작은 거에 더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낀다. 반대로 큰 거보다는 작은 거 하나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별건 아니지만 나무젓가락, 일회용 스푼, 종이컵등은 충분히 비치해 놓기도 하고, 필요하신 만큼 드리기도 한다.
③ 사소한 인테리어
우리 편의점에는 TV가 있다. 전에 다른 편의점을 방문했는데, 외부에 파라솔이 깔려 있고 그 옆에 TV를 설치해 놓은 걸 봤다. 아마 밖에서 맥주나 음료를 마시면서 스포츠경기를 보게끔 하려 했던 것 같다. 거기서 착안해 나도 TV를 매장 안에 설치했다. 아침에 라면이나 간단한 식사를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식사를 하시면서 뉴스라도 보면 좋을 것 같아 설치했다.
그리고 매장 내 취식대와 외부 파라솔에 이쁜 테이블보를 깔아놨다. 상쾌한 기분으로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라는 의미에서였다.
하지만 TV와 테이블보 모두는 실패했다. TV는 유튜브에 밀렸고, 테이블보는 바람에 날려 다 뒤집어지고, 매장 내 테이블보는 편의점 내부와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도 이것저것 시도해 보면서 재미를 느꼈고, 실패를 통해서 ‘이런 건 하지 말아야겠다’ 하는 교훈도 얻었다.
5년 동안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내 나름대로 이것저것 도입해 봤다. 처음 편의점을 운영할 때 다른 편의점과 차별화된 편의점을 만들고 싶었다. 그때 나는 “차별성”을 “독특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서는 독특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TV도 가져다 놓고, 테이블보도 깔아놓고, 튀김을 판매할 때는 튀김에 맥주를 판매한다고 튀김기 옆에 소형냉장고를 두고 그 안에 맥주를 진열해 놓기도 했다.(대실패)
다른 편의점에는 없는 우리 편의점만에 독특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보기 좋게 실패했다. 결국 중요한 건 편의점은 편의점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을 갖추고, 편의점에서 보여줄 수 있는 요소로 차별화를 둔 뒤 조금씩 나만의 독창성을 발휘했어야 됐는데, 다른 사업도 해본 적도 없고 편의점 사업은 처음인 내가 처음부터 독특함을 추구했 던 것이다.
차별화는 독특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차별화는 기본에서 동떨어진 게 아니다. 그냥 살짝 한 발자국만 옆으로 벗어나도 차별화가 될 수 있다. 가령 바닥이 반짝반짝하게 청소를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편의점에 차별화가 될 수 있고, 상품의 손이 베일 정도로 각 잡힌 진열을 하는 것도 차별화가 될 수 있다. 고객에게 인사를 잘하는 것, 환한 미소를 보이는 것 등 편의점 내에서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것부터 도입해 본다면 분명 우리 편의점만의 차별화 전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