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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Dec 26. 2023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 1. 쌍화탕

작년 겨울에 있었던 일이다.

갑자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사람들의 옷차림이  무거워졌다. 이렇게 갑자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냉장고로 향하던 사람들의 발길이 온장고로 옮겨진다. 차가운 커피보다는 따뜻한 커피가 더 어울리는 계절이다.


우리 점포는 산업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특성상 남성 고객이 90% 이상이다. 그래서인지 뜨끈한 쌍화탕이 엄청 잘 나간다. 온장고에 쌍화탕을 많이 넣어 논다고 놨는데, 집어가는 속도에 넣는 속도가 따라가질 못한다. 미리 넣어놨던 쌍화탕은 이미 다 팔렸고, 뒤이어 실온에 있던 것들이 빈자리를 메웠다. 

갑자기 여성 고객 한 분이 들어왔다. 우리 건물에서 청소를 하시는 이모님이었다. 

"쌍화탕 없어요?"

"죄송해요. 방금 넣어놔서 따뜻한 게 없는데 어떡하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이모님은 편의점을 나갔다. 그때 갑자기 '이대로 보내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담고 그 안에 쌍화탕을 넣었다. 그리고는 이모님이 계실만한 곳으로 종이컵을 들고 찾아 나섰다. 이모님은 화장실 앞에서 청소할 준비를 하고 계셨다. 

이모님께 뜨거운 물안에 담긴 쌍화탕을 건넸다.

"이모님 이렇게라도 하면 금방 따뜻해질 거예요."

너무 고마워하는 이모님은 계산을 하려고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급하게 나오느라 잔돈도 없을 뿐더러,

따뜻한 쌍화탕을 준비해 놓지 미안함에 주시는 돈을 거절하고 편의점으로 부랴부랴 돌아왔다.  

그리고 점심시간. 낮에 그 이모님이 대걸레를 들고 우리 편의점으로 들어오셨다.

"내가 너무 고마워서 편의점 청소라도 해주고 가려고"

나는 괜찮다며 돌려보내려 했지만 이모님을 말릴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편의점 바닥이 반짝반짝하게 빛이 났다. 전문가의 손길이란...

이모님은 낮에 몸이 으슬으슬한 게 감기 기운이 있었다고 했다. 따뜻한 쌍화탕 한 병이 마시고 싶었는데 없어서 아쉬웠단다. 다른 편의점을 가려면 건물 밖을 나가서 걸어야 하고 해서 그냥 포기하고 일을 하려고 했는데, 내가 그렇게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모님은 당신의 감사한 마음을 청소로 대신했다.

사람은 작은 것에 더 많은 감동을 받는다. 이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진짜 감동과 감사는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 마음이 크고 작은 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당신을 생각하고 있어요'라는 마음이 전달되기만 하면 된다. 

그 마음이 전달되면 받는 사람은 감사함을 느끼고 감동을 받는다.

당시 나는 이런 생각을 잠깐 했다.

'이모님이 우리 엄마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천리라도 뛰어가서 따뜻한 쌍화탕을 구해왔을 거다. 내 그런 마음이 잘 전달되었던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내가 당신을 생각하고 있어요" 이 마음만 갖고 전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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