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同病相憐)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끼리 서로 가엾게 여김.
나는 보통 오후 6시에 퇴근을 한다. 그래서 6시 이후에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일은 잘 모른다. 대부분 우리 저녁 근무자를 통해 저녁 상황을 전해 듣거나, CCTV로 상황을 짐작할 뿐이다. 우리 편의점은 회사건물 안에 위치해 있는데, 6시 이후 직장인들이 퇴근을 하고 나면 근처 아파트에서 오시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근무교대를 하면 바로 퇴근을 하지 않고, 우리 저녁 근무자와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집에 가곤 한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밤늦게 근처 아파트에서 자주 방문하시는 한 젊은 부부 얘기가 나왔다. 그 부부가 대화 주제에 오른 이유는 쌍둥이를 임신했기 때문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남편이랑 우리 편의점에 내려와서 택배도 보내고, 이것저것 먹을 것도 사 가고,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고 간다고 우리 근무자가 얘기해 줬다. 그 당시 기준으로 출산 예정일이 3개월 정도 남았다고 했다.
그런데 일주일에 3~4번씩은 오던 그 부부가 어느 날부터 편의점에 오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우리는 '아기 낳으러 갔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동안 보이지 않던 그 부부가 편의점을 다시 방문했고, 부부의 입에서 안 좋은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근무자는 내게 얘기해 줬다.
안타깝게도 그 부부는 유산을 했다고 했다. 초음파상 쌍둥이 중 한 아이는 이미 뱃속에서 심장이 멈춰 있었고, 나머지 한 아이는 가까스로 엄마 뱃속에서 나와 인큐베이터로 향했지만, 며칠 뒤 하늘나라로 갔다고 했다.
그들의 소식을 가만히 전해 들으면서, 나는 와인 한 병을 조심스레 쇼핑백에 담아서 근무자에게 전했다. 그리고 그 부부가 다시 오거든 전해달라고 얘기했다.
여느 때처럼 퇴근을 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근무자에 전화가 왔다. 그 부부가 오랜만에 오셔서 전에 내가 전해달라던 와인을 드렸더니 아내분이 카운터 앞에서 펑펑 우셨다는 거다. 너무 감사하다고.
사실 우리 부부도 유산을 경험했다. 태명은 '똘이"였는데 12주 만에 하늘에 별이 됐다. 결혼하고 1년 만에 찾아온 소중한 아이였는데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보냈다. 그때 둘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 부부의 유산 소식을 들었을 때, 당시 생각이 났다. 병원에서 아기 심장이 뛰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고 그 어두운 초음파실에서 서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펑펑 눈물 흘렸다. 유산된 아이를 보내주기 위해 편의점을 근무자에게 부탁하고 새벽부터 대학병원을 찾았다. 아이를 보내기 싫어서였을까? 아내는 수면마취가 되지 않았다. 수술실을 나와 복도에서 눈물만 흘리고 있던 와이프만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그 당시의 상황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그 부부도 우리처럼 많이 슬퍼하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와인 한 병을 건넨 것이다.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누군가는 당신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 힘내요'
나는 그 부부의 이야기를 우리 근무자를 통해 전해 들었을 뿐, 한 번도 만나본적은 없다. 나와 일면식도 없는 그 아내분이 그렇게 울었던 이유는 내 마음이 잘 전달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몇 달 뒤 그 부부가 주말에 다시 찾아왔다고 했다. 그 부부는 최근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편의점 방문을 못했다고 했다. 근처에 일이 있어서 왔다가 좋은 소식이 있어서 들려주려고 찾아왔다고 했다. 물론 그 부부가 왔을 때 나는 없었고, 이 또한 우리 근무자에게 전해 들었다.ㅎㅎㅎ
그 부부에게 다시 아기천사가 찾아왔다고 했다. 따뜻한 봄 햇살이 내리쬐는 날 아기와 함께 찾아오겠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 내가 건넸던 와인 한 병이 너무 큰 위로가 됐고, 힘이 됐다고 꼭 점장님께 감사하다고 전해 달라는 말도 남겼다고 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
내가 당신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 마음만 진실되게 전해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