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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Jan 23. 2024

첫차를 타본 적 있나요?

2008년 7월 16일 나는 군대를 갔다. 대학교 2학년, 21살 때 일이다. 입대를 위해 휴학을 했다. 휴학을 하고 입대 전까지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낼지 고민이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는 그냥 고민만 하다가 입대를 했다. 군대 가기 전 마지막 황금 같은 시간을 어영부영 의미 없이 날려버렸다. 밤늦게까지 놀고 점심이 한참 지나서야 일어났다. 그런 의미 없는 나날들이 계속 이어지자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보길, 삶이 무료하고 의욕이 생기지 않을 때는 “첫차”를 타보라고 했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얼마나 바쁘게 움직이고 열심히 살아가는지 보라고. 근데 나는 끝끝내 첫차를 타지 못한 채 입대를 했다.     



2019년 편의점을 오픈했다. 집에서부터 편의점까ᆞ지 거리가 있어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렸다. 우리 편의점은 오전 6시에 오픈을 하는데, 오픈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집에서 오전 5시에는 나와야 했다. 나는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환승을 했다. 버스 첫차는 5시 15분이었다.     



“첫차를 타본 적 있나요?”     



내가 첫차를 타본 적이 있던가?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기억이 안나는 걸로 봐서는 타본 적이 없나 보다.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처음 첫차를 타봤다. 

‘새벽 5시에 버스에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첫차를 탔다. 

그런데 웬걸? 버스에는 빈자석이 없었고, 손잡이를 잡고 서있는 사람도 많았다. 

‘아니 다들 이 새벽부터 어디를 간단 말인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사람이 너무 많았다.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를 달려 지하철로 환승을 했다. 지하철도 사람이 많다. 앉아서 가는 건 거의 불가능이다. 나는 다들 어디를 가는 건지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저 사람은 머리도 안 말리고 지하철에서 화장을 하네? 회사 가는 건가?

’ 새벽부터 영어책을 보고 있네? 혹시 영어학원 새벽반에 등록했나?‘

’ 이른 새벽부터 저 할머니는 어디를 가시는 걸까?

‘저 학생은 학교를 왜 이리 일찍 가는 거지?’     



그들의 목적지와 목적지로 향하는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아침 일찍부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문득 군입대를 기다리던 내가 생각났다. 

‘세상에는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 많단다. 그때 네가 이 모습을 봤어야 하는 건데...’

그때 나는 왜 그리 무의미한 시간과 삶을 살았는지 후회하고 반성했다.     



세상에는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첫차에서 본 사람들은 누군가 잠들어 있을 시간에 남들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하루를 일찍 시작하기 위해 포기해야 했던 것들도 많았을 것이다. 본인들의 목표를 위해서 피곤함을 뒤로한 채 하루를 시작하는 그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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