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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Jan 16. 2024

현대인은 외롭다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의외로 까스활명수가 잘 나간다는 사실에 놀랐다. 내가 잘 사 먹지 않기에 누가 편의점에서 이걸 사 먹을까란 생각을 많이 했다. 내 생각과는 다르게 우리 편의점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은 까스활명수를 자주 사 먹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음식 특성상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들이 많고, 많은 분들이 아침을 거르고 출근을 하는 까닭에 점심에 폭식을 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까스활명수를 자주 찾는 게 아닐까 싶다.     


며칠 전부터 까스활명수를 하루에 한 병씩 사가는 손님이 있었다. 그 손님이 하도 자주 사가길래 어느 날 문득 “속이 많이 안 좋으신가 봐요?”라고 물었다. 그 손님은 요 며칠 소화가 잘 안돼서 소화제를 자주 먹는다고 내게 얘기를 했다.     



그런 사소한 대화가 오간 후 어느 날 그 손님은 내게 먼저 말을 건넸다.

“그때 나한테 먼저 말 걸어줘서 고마웠어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물어본 건데 그게 그렇게 고마워할 일인가?’     



그 손님은 말을 이어갔다. 계속 속이 안 좋아서 소화제를 사 먹었는데 젊은 친구가 나를 걱정해 주고 먼저 말을 건네주어서 고마웠다는 말을 했다. 그 후로 그 손님은 주변에 나를 칭찬하고 다녔다. 심지어 본인의 가족에게도 내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어느 날, 그 손님은 본인의 어머니와 같이 우리 편의점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본인 어머니께 나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정말 아무렇지 않게 한 행동이 그 손님에게는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그 사소한 일이 계기가 되어 나는 지금도 그 손님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우리 편의점은 회사 건물 안에 있다 보니 95% 이상이 고정손님들이다. 한 곳에서 매일 같은 사람을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이 피우는 담배까지 외우게 됐다. 손님이 편의점 안으로 들어오면, 말하지 않아도 미리 담배를 건넸다. 그러면 손님들은 “내가 피우는 담배 어떻게 알았어요?”라며 그렇게 좋아한다. 사람은 본인을 알아주고 기억해 주면 엄청 기뻐하나 보다.      



가끔 잘 오시던 분이 한 동안 보이지 않다가 편의점에 들르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오랜만에 오셨네요”라고 한마디 건네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대부분 “저 출장 가서 한동안 못 왔었는데 오랜만인지 어떻게 아셨어요?” 이런 반응들이다.     



세상이 바쁘게 돌아가서일까?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큰 기쁨을 느낀다. 나랑 긴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고, 술 한잔 기울인 사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말 한마디 그리고 내 존재를 알아봐 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기뻐하고 감동한다.      



어느 짧은 영상에서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대한민국은 OECD대비 높은 근무시간, 긴 통근통학 시간을 갖는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시간이 없고, 다른 나라 대비 유난히 높은 주거비용 구조가 이어지다 보니 돈도 별로 없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 보니 여기서부터 사람들의 날카로움이 만들어진다. 이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삶의 최적화가 필요하다. 이때, 이때, 이때 뭘 해야 하는 스케줄화 된 삶이 이어지고, 스케줄화 된 삶이 틀어지게 된다면 여유가 없어지니 바쁘게, 최적화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나는 이 내용에 너무 공감한다. 다들 너무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어쩔 때는 눈도 한 번 맞추지 않고 물건을 계산해서 나가는 경우가 많다. 바쁜 출근시간, 머리도 못 말리고 출근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정말 본인이 필요한 물건만 후다닥 사서 나간다. 퇴근시간의 모습을 보면 다들 집에 금송아지라도 숨겨놨는지 뒤도 안 돌아보고 앞만 보며 역으로 향한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다음 열차 시간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하기에 걸음을 재촉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 바쁜 현대사회에서 누가 나한테 관심을 가져줄 것이며, 반대로 나는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질 것인가? 현대인들은 외롭다. 서로에 대한 관심도 부족하고, 이해도 부족하다. 다들 날이 서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겠다.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지, 더 빡빡한 사회가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 사회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작은 관심이 생겨나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밝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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