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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Jan 13. 2024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 3. 어묵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우리 편의점은 즉석조리 상품을 운영한다. 즉석조리 상품은 말 그대도 즉석에서 직접 조리해 판매하는 상품이다. 


우리 편의점에 경우는  군고구마, 호빵, 어묵 이렇게 세 가지를 운영한다. 이 세 가지 중에서도 유독 어묵 인기가 많다. 아무래도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서가 아닐까 싶다. 추운 날씨에 따뜻한 국물 한 모금이면 그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어묵에 신경을 많이 쓴다. 조리방법은 시판용 육수를 물에 희석해서 끓이다가 어묵을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지만, 좀 더 맛있게 하기 위해 몇 가지를 더 추가한다. 무, 다시마, 대파, 대파 대가리, 양파껍질을 육수에 더 추가한다. 그렇게 끓이면 웬만한 어묵 전문점 못지않은 맛을 낼 수 있다. 



 


 내가 신경을 많이 쓴 덕분에 우리 편의점에는 어묵 단골(?) 분들이 많다. 우리 건물에 근무하시는 직장인들은 물론이고 옆 건물에 근무하시는 분들도 자주 오신다. 심지어 근처 아파트 사는 꼬마 애들도 어묵을 먹기 위해 내려온다.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전설의 어묵이다!!ㅎㅎㅎㅎ



 이 전설의 어묵은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고,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그 맛이 절정에 이른다. 그러면 하루에도 몇 번씩 어묵을 끓인다. 우리 편의점 특성상 직장인 분들이 퇴근하면 손님이 많지 않기에 퇴근 시간 이후에는 어묵이 부족해도 추가적으로 더 조리를 하지 않는다. 낮 시간에 판매할 양만 조리하고 그 이후에는 정리를 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퇴근시간 즈음해서 어묵꼬치를 몇 개 더 조리해 놓는다.



 같은 건물에 근무하는 직장인 한 분이 있다. 한 번은 그분이 퇴근하면서 편의점에 들렀는데 그날은 저녁시간에도 어묵이 남아 있었다. 퇴근길에 어묵을 몇 개 사 먹었는데 우리 편의점에서 처음 먹어본 그 어묵이 입에 맞았던 모양이다. 그 후로도 퇴근길에 몇 번 오셨는데, 다행히 어묵이 남아 있어 어묵을 드실 수 있다. 



그런데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어묵 판매량이 늘면서 저녁시간까지 어묵이 남아 있지 않은 날들이 이어졌다. 그 손님은 몇 번이고 퇴근길에 어묵을 드시지 못했다. 계속 못 드시고 가셔서 나도 미안해졌다.  그래서 그분을 위해서 저녁에 추가적으로 몇 개를 더 만들어 놨다.


사실 저녁 시간이 되면 육수도 바닥을 드러내기 때문에 새로 처음부터 끓여야 한다. 조금 번거로운 일인데, 그래도 혹시 몰라 어묵을 더 준비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내가 준비를 해 놓으면 그분은 오시지 않았다. 그렇게 새로 끓인 어묵은 계속 버려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손님이 퇴근길에 오셨다. 


여느 때처럼 어묵을 찾으셨다.


"항상 못 드시고 가신 게 죄송해서 제가 더 준비해 놨어요"



그 손님은 내 말에 감동을 받으셨다고 했다. 누군가 나를 생각해 주고 있다는 게 너무 고맙다고 했다. 어묵이 다섯 개 정도 남아 있었는데, 그 손님은 본인이 다 먹지도 못할 걸 알면서도 남은 어묵을 다 사가셨다. 그 후로도 나는 그분을 생각하며 어묵이 부족하면 더 준비해 놓는다. 그 일이 있고 난 후로 그분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퇴근길에 어묵을 사 가신다. 


"아 배가 불러도 이건 꼭 먹고 가야지~ 안 그래요? 허허허허허"


항상 우리는 그렇게 기분 좋은 미소를 서로에게 남긴 채 하루를 마감한다.

사람에 마음을 얻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고 간단하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누군가 나를 생각해 주고 있다는 마음

그거 하나면 서로에게 기분 좋은 미소를 남길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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