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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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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움 Jan 18. 2022

남편은 오빠다

남편에게 '여보'라고 부르기가 어색하다. 

남편을 만날 당시 나는 남편을 '오빠'라고 불렀다. 그 습관이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남편도 그게 싫지 않은지 아무 말이 없다. 

오빠, 이거 좀 해줘~

오빠, 오늘 나랑 미술관 가지 않을래?

오빠~ 오빠~~


고향에 가면 부모님은 남편을 '오빠'라고 부른다며 호칭을 바꾸라고 꾸지람을 하신다. 시골 노인네들은 그런 말을 들으면 '첩'으로 오해할 수 있단다. 내가 고향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고리타분하여 옛날 사고방식을 완고히 고수하시는 어르신네들, 누구네 자식들은 어떻더라! 누가 내려와서 뭘 해주고 갔다더라, 용돈을 얼마나 주었고, 마을 회관에도 어른들 맛난 거 드시라고 얼마를 기부했다더라 등등 도대체 자랑 내지는 험담이 그들의 심심찮은 안주요, 대화거리였다. 


전 남편과는 내가 스물셋 봄에 결혼하여 바로' 여보, 당신'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더 낯간지럽고 우습다. 어린것들이 여보, 당신이라니! 

인천에 사는 큰 딸 영이도 성이를 내 앞에서 가끔 '여보'라고 하는 걸 들었다. 두 아이들은 피차 이름을 부른다거나 '자기야~'하고 호징을 한다. 그러다 '여보'라고 한번씩 부르면 유대감이 느껴져 뿌듯한가 보다. 호칭에 대해 아이들이 서로 무어라 부르던 상관 안 하지만 속으로 피식 웃었다. 옛날의 어리던 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때는 어른인 척, 어엿한 부부인척 하고 싶었었던 것 같다. 전 남편과는 뭐가 그리 급해선지 맞선 보고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두 달 사귀고 바로 결혼을 했다. 사귐의 기간이 짧디 짧아서인지 변변찮은 호칭이 없었다. 잠깐 어색하게 '오빠'라고 불렀던 기억이 나긴 하다. 결혼하고는 오빠라고 부르는 게 어색해서 얼른 여보, 당신 했었다. 그 호칭이 안정적이고 마음이 편했다. 그러다 큰 아이가 태어나고부터는 '아이 아빠'로 바꿔 불렀다. 남편도 자연스레 나를 '영이 엄마'로 부르고 있었다. 


'아이들 앞에서 오빠라니~' 듣기 민망하다고 엄마는 노상 반복 잔소리이시다. 어릴 때는 쉽게도 불렀던 '여보, 당신'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어색할 수가!

지금은 오히려 '여보'라는 말이 더 입 간지럽다. 기분이 좋거나 뭔가 아부를 떨 일이 있으면 "오라버니~~"하며 말꼬리를 끌고 다가가면 남편은 싱글거리며 즐거워한다. 남자들의 기분을 잘 모르겠지만 오빠라는 말은 나이가 들어도 듣기 좋은 걸까? 이제껏 호칭에 대해서 남편과 의논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외부에서도 거리낌없이 오빠라고 부르는데 남편은 그걸로 내게 주의를 줘본 적이 없다. 나도 그렇게 부르는 게 훨씬 거북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남편도 나의 이름을 편하게 부른다.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오빠, 동생으로 지냈기 때문에 호칭은 자동 그렇게 정해졌다. 재혼 전 2년여 사귐의 기간 동안 입에 붙어버린 오빠라는 말을, 재혼하고 바꾸려 한다는 게 새로 이름을 지어 부르는 것만큼 어색하다. 생각난 김에 이번 주말에는 남편에게 호칭에 대해 물어봐야겠다. 이대로 부르는게 듣기 좋은지, 아님 남들처럼 격식있게 여보, 당신 할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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