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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wa Mar 13. 2024

원탁의 기적




보통 가정에 놓은 식탁은 사각이 많을 것이다.

우리집도 그렇다.

그런데 나는 원탁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예전에 티비에서 본 어떤 시골집에서  큰 원탁을

두고 가족들이 두런두런 둘러 앉아 식사를 하는데

그 모습이 참 화목하고 평안해 보였고

그 이후로 나는 기회가 되면 원탁을 하나 사야지 생각을 했다.


아이가 조금 크고 아이방 하나 꾸며주고 내방도

하나 어찌해서 만들긴 했는데,

방이 너무 좁다 보니 침대하나 작은 책장하나 들어가니 별로 여유가 없다.

그래도 테이블이 너무 갖고 싶어서,

이때다 하고 인터넷에 그다지 크지 않은 아담한 사이즈의 원탁을 찾아서 주문을 했다.


내가 안목이 없는 탓인지 가구는 옷처럼 직접 보고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생각보다 질이 안좋고,

다리가 네개가 아닌 세개인데다

조립을 해놨는데 위에 얹은 판이 좌우로 잡고 움직이면 흔들흔들 했다. 테이블이 이런 경우는 첨이고 황당하다. 그래도 반품하기도 부피가 커서 돈이 더 드니 그냥 쓰기로 했다


얼마전 거실을 청소하고 가구들을 재배치 하면서

사각식탁은 거실구석에 책상용도로 밀어놓고

그 원탁을 식탁용으로 거실에 놓았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원탁이라는게 직사각형 식탁에 앉아서 밥 먹을 때 하고는 완전히 느낌이 다르다.

다행히도 우리집은 식구가 세명이라서 다리가 세개인 원탁에 불편하지 않게 앉을수 있었는데

만약 넷이었다면  못 앉을 뻔했다.


원탁이다보니  세명이 모두 같은 간격으로

둥글게 앉아 있다.

또 크기가 작다보니 세명의 거리가 예전에

사각 식탁보다 더 가깝다.


거리에도 질적인 차이가 있을까?

이상한 말이지만 세명이 사각 식탁에 앉았을 때보다 원탁에서 앉아있을때의 거리의 퀄리티가 훨씬

높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원으로 가깝게 둘러 앉는다는 것은 늘 같이 살고 있는 가족에게도 아주 특별한 느낌이다.

마치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랄까?


원탁을 놓고 나서 정말 신기하게도 우리는 예전보다더 많이 얼굴을 마주보고 식사를 하게 되었으며,

 디저트나 간식을 같이 먹는 시간도 더 잦아졌다.


때론 가족이라도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는 것이 좀 불편한 때가 있었다.

그런데 원탁에 앉으면 아주 정면으로 보지 않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담기법에서 정면은 도전적이고 긴장감을 유발하므로 살짝 각도를 틀어서 앉는게 좋다고 했던게

기억이 난다.

그래서 원탁이 편하게 느껴진건지도 모르겠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원탁에는 마법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나는 이것을 '원탁의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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